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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기말고사 치르려는 대학들, 학생들과 대립각

대면 기말고사 치르려는 대학들, 학생들과 대립각
지난달 7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영남대 재학생이 1학기 중간고사 온라인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학 기말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면시험을 원칙으로 세운 일부 대학들은 학생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정행위에 대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총학생회 측은 안전을 이유로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9일 대면시험을 원칙으로 기말고사를 치르려던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숭실대, 한양대 등이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이들 대학들은 최근 인하대에서 불거진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를 막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면시험을 치른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는 연세대, 서강대, 서울대, 한양대 등에서도 확인되며 공정성 시비가 붙은 상황이다.

■대학 "공정" 총학 "안전" 대립
고려대 총학 중앙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기말고사 온라인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고려대는 출석시험이 원칙이지만 외국의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담당 강사의 재량에 따라 과제물 대체를 통해 성적 인정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세웠다.

총학 비대위는 학생들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학교에 전달하고 기말고사 시행 방침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 결과 7500여명이 참여해 84%가 오프라인 기말고사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관계자는 "아직 대면시험 원칙에 변함은 없다"면서도 "학생들의 요청이 있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양대와 경희대도 기말고사 방식을 놓고 학생들과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지방 거주 학생들을 위한 주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희대 관계자는 "학교가 기숙사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수요보다 적을 수 있다"며 "교강사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비대면 시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온라인" 숭실대 "부분" 전환
대면시험을 치르려던 중앙대와 숭실대는 학생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중앙대는 지난 2일 기말고사를 비대면 시험으로 전격 전환했다. 당초 기숙사 제공과 기말고사 기간 연장 등으로 지방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이 안전을 요구로 비대면 시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공지를 통해 "중앙가족의 건강을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밝히며 △가이드라인 마련 △기말고사 시험표 재작성 △서버 및 네트워크 확충 △부정행위 방지 대책 마련 △교내 검역소 마련 등을 약속했다.

대면시험을 고수하던 숭실대도 비대면 시험을 허용했다. 다만 그 기준을 '학생 70%가 원할 경우 교수와 합의 하에 학과장이 인정할 경우'로 제한했다.
비대면 시험을 허용하며 각 건물에 있는 PC실 사용을 개방하기도 했다. 최근 부정행위 이슈가 부각되자 부정행위자에 대한 징계 안내를 통해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안전과 공정성이 대립된 기말고사 대면시험 원칙은 쳇바퀴 돌 듯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가 세부 지침을 내려주면 좋겠는데 항상 대학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