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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번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이토록 강력한가

왜 이번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이토록 강력한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누르는 경찰관의 모습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영상 갈무리>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에서 인종차별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흑인이 한두 명이 아님에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유달리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퍼펙트 스톰'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영국 BBC가 분석했다.

Δ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금지로 TV나 인터넷 보는 것이 늘어난 상황에서 경찰의 살해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 점, Δ 직전에 다른 여러 명의 흑인 사망 사건이 있었던 점, Δ 경찰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점 등이 모여 현재의 거대한 시위 물결을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다.

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높은 실업률로 일에 얽매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점, 여름으로 접어드는 날씨, 미 대선을 앞뒀기에 정치인들이 이 사안에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점도 이번 인종차별 철폐 시위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고 BBC는 설명했다.

◇ "작은 요소가 모여 역사 변화 불러온다" : 사회운동가인 프랭크 레온 로버츠는 플로이드의 죽음과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이 결합되어 '반란을 위한 퍼펙트스톰(크고 작은 악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나 큰 위기가 된 상태)'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우선 그는 플로이드의 죽음 장면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원인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대개 다른 흑인 사망사건의 경우 서로 진술이 엇갈리고 안전을 위해 경찰이 초단위의 결정을 내리는 와중에 일어났다.

하지만 이 사건은 플로이드가 전혀 무장하지 않았고 무력한 상태에서 죽었다는 것을 행인이 찍은 동영상에서 뚜렷이 알 수 있었다. 방송 전파를 탄 영상 속 경찰의 명백한 혐오를 본 시민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거리로 나섰다.

로버츠 운동가는 "예기치 않은 요소들이 한 점으로 모여들면서 역사 변화가 일어난다"면서 다른 요소로 코로나19와 높은 실업률도 지목했다.

그는 "코로나 대유행은 이미 우리의 생활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고, 많은 미국인들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13%에 달하는 실업률도 많은 이들이 시위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23일 조지아주 브런즈윅서 조깅중이던 20대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를 백인들이 총격 살해한 사건, 지난 3월13일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응급의료 요원으로 일하다 경찰의 무리한 체포 시도 와중에 총을 맞고 사망한 브레오나 테일러 등 흑인 사망 사건이 잇따라 앞서 일어난 점도 한 요인이 됐다.

여기에 플로이드의 죽음까지 더해지니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왔다는 것이다.

◇ 백인까지 참여…"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 : 이번 시위에는 흑인이 아닌 다른 인종들도 대거 참여했다. 지난 6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시위에서 수만명이 거리로 나왔는데 그 절반은 흑인이 아니었다. 특히 백인들이 많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그간 백인들은 다른 이들이 인종 문제를 거론하면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느끼고 불편해하거나 또는 다른 인종을 지지하면 주제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를 극복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교회 방문을 돕기 위해 평화적 시위를 강제로 진압한 점, 취재 기자들도 표적으로 삼은 점 등 폭력적인 경찰의 진압도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고 BBC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