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구인난에 값싼 PA로 '돌려막기'
전국 병원 4000명 이상 PA 근무 추정
제도화 안 돼 문제 발생··· 양성화가 해법
[파이낸셜뉴스] 사실상 불법인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간호사가 의사 업무의 일부를 떠맡도록 하는 PA제도가 의료현장의 부실을 심화하고 개별 간호사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면허는 물론 업무규정조차 없는 PA가 법적분쟁에 휘말릴 경우, 개별 간호사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PA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병원과 이를 손 놓고 방치하는 보건당국 사이에서 한국 의료체계의 부실이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도별 진료보조인력(PA) 추이 |
(명) |
구분 |
2005 |
2011 |
2018 |
2020(추정) |
PA |
235 |
2125 |
3800 |
4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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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간호사회, 간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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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원들에 만연한 공공연한 불법
13일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15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서 PA로 활동하는 간호사 수는 2018년 기준 3800여명에 이른다. 활동 PA 숫자가 매년 조금씩 늘어 올해 현재는 4000명을 넘어섰으리라는 게 의료계의 예상이다.
병원이 PA를 쓰는 건 값이 싸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체하는 건 레지던트와 인턴 등 저 연차 의사로, 수련의를 구하기 어려운 병동에서 적극 활용된다. 전국 주요 병원 대부분에서 PA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대부분은 간호사다.
현장에서 PA는 ‘전담’이나 ‘오더리’, ‘테크니션’ 등으로도 불린다. 이들은 병동 간호사들로부터 환자상태를 보고받고, 대리처방이나 상처봉합, 수술보조, 각종 시술을 직접 수행하는 등 폭넓은 의료행위를 수행한다.
E병원 간호사 A씨는 “아직 대학병원으로 인증을 받지 못해 교수, 조교수, PA만 있는 상황”이라며 “레지던트나 인턴이 없어서 PA에게 노티(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G병원에서 근무하는 B씨 또한 “(병원 전체에) PA로 근무하는 간호사가 수십 명은 될 것”이라며 “우리 병원만이 아니라 어디나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모두 불법이란 점에 있다. 현행 의료법상 PA의 근거가 전무하고 간호사가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것도 불법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PA간호사가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진다. PA로 활동하는 이들조차 위법성을 인지하고 스스로를 ‘고스트 너스’라고 부를 정도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PA 실태조사나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역시 PA 유무를 의료기관 인증평가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PA는 아직 제도화된 게 아니고 의료법상 불법이다 보니 다들 쉬쉬하고 공식 통계도 없다”며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대형병원 대부분에 PA가 있다는 건 이제 다들 알고 있어서 비밀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PA를 역할에 따라 전문간호사, 수술전담간호사, 코디네이터 등으로 세분화해 업무와 책임을 정한 자체 규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인력문제로 간호사를 PA라는 불법 영역으로 내몰고 있지만 이를 양성화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fnDB
■만연한 불법, 제도화는 'No'··· 이유는?
대다수 병원에서 PA가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지만, 제도화는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대한의사협회는 PA 양성화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2014년 이후 꾸준히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문간호사의 자격과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자며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세연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 역시 PA 양성화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 맞닥뜨린 바 있다.
PA를 양성화할 경우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규명이 불분명해지고 △수련의제도가 부실해지며 △직능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게 주된 이유로 제시됐다.
양성화를 찬성하는 쪽에선 이미 만연한 PA를 불법의 영역에 묶어두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2014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수술전문간호사를 양성해 PA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낸 이래, 정책적 필요가 꾸준히 제기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대형병원에서 PA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간호사는 “수술전담으로 수술실에 들어가라고 (지시)하는 사람들은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인데 막상 제도화를 하자고 하니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사와 간호사는 의료의 영역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인데, 왜 특정집단을 불법으로 내모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박사는 “시대가 발전하며 업무영역의 혼란이 생긴데다 전공의까지 부족하다보니 법적으로는 위법이지만 PA라는 이름으로 간호사가 의사업무를 하는 경우가 현장에 만연해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PA가) 책임을 몽땅 뒤집어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건데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돼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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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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