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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망 뚫린 中 베이징 '비상태세'...한인 사회도 '긴장'

- 베이징 사흘 간 확진자 43명
- 한인 음식점 등 생업 지장... 하늘 길 개방 '없던 일' 우려도

방역망 뚫린 中 베이징 '비상태세'...한인 사회도 '긴장'
[베이징=AP/뉴시스]중국 공안이 13일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도매시장 지구 인근 거리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이 50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반응을 나타낸 베이징 최대 채소 시장을 폐쇄하고 시장이 위치한 구역에 대해 '전시 규제'를 선언했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수도 베이징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재시작된 본토 감염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발원지를 폐쇄하고 대대적인 핵산 검사에 돌입하는 등 전시 비상태세에서 들어갔지만 감염자는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한인 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이대로 확산의 불길을 잡지 못하면 음식점 등 생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대했던 한국과의 ‘하늘 길’ 개방도 자칫 없었던 일로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4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모두 57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해외 역유입 사례는 광둥성 17명, 상하이 1명, 충징 1명 등 19명이고 나머지 38명은 베이징 36명, 랴오닝성 2명 등 중국 본토에서 발생했다.

이로써 베이징에서 확인된 확진 사례는 11일 1명, 12일 6명 등을 포함해 43명으로 늘었다. 랴오닝성까지 포함할 경우 중국 본토 감염자는 45명이 된다.

베이징 감염자는 펑타이구 대형 농수산물 시장인 신파디 도매시장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이 지난 1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시장 종사자 517명에 대해 핵산 검사한 결과 신파디 시장 45명, 하이딩구 농산물 시장 1명 등 46명의 양성 환자가 나왔다.

이처럼 확산에 속도가 붙으면서 중국 보건당국은 ‘전시 비상상황’으로 판단, 긴급 통제에 들어갔다. 베이징 코로나19 영도소조는 잇따라 회의를 열고 △신파디 시장 봉쇄 △주변 주택단지 출입 금지 △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 1만명 핵산 검사 △펑타이구 2개 지역과 시청구 1개 지역 등 4곳을 ‘중위험’으로 격상 △하이덴구 방역 2급 조치 등을 추진키로 했다.

중국과 베이징의 통제 수위가 고조되자, 한인 사회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은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해외 역유입을 제외한 본토 확진자도 사실상 ‘종식’단계에 접어든 이후 국제선 여객기 증편 등 통제 완화 계획을 밝혔었다.

하지만 발표 후 불과 10여일 만에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국제선 항공편 규제 해소 등의 실행 여부나 시기가 불투명하게 됐다. 한국 유학생과 교민들이 기대했던 중국 비자 규제 완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 가중됐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해외 역유입을 막겠다며 지난 3월29일부터 국제 항공편을 대폭 줄이면서 중국 거주 비자를 지닌 외국인도 입국하지 못하도록 차단했었다.

베이징 코로나19 영도소조는 전날 회의에서 “해외를 통해 베이징에 들어오는 사람과 화물에 대한 관리와 검역을 강화할 것”이라며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방역의 끈을 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음식점 등 생업에 종사하는 한인들도 걱정이 늘었다. 중국 보건당국이 베이징 내 음식점, 소매시장, 슈퍼마켓에 대해 대대적인 식품 안전 점검과 통제에 나서면 영업 지장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인 음식점은 지난 5개월 동안 매출이 95% 이상 감소하는 등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베이징 한인 밀집지역의 왕징에서 해산물을 취급하는 한국 음식점 관계자는 "직원 중 한명이 신파디 시장, 징선해산물시장을 다녀갔다면서 식당 문을 닫고 종업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 받아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 음식점 관계자는 "겨우 다시 손님이 늘기 시작했는데, (확산되는 것은)상상도 하기 싫다"고 토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