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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터미네이터 랠리' 얼마나 갈까

[파이낸셜뉴스]

주식시장 '터미네이터 랠리' 얼마나 갈까
주가지수 추이(연초대비 등락률, %):위에서부터 나스닥지수, S&P500 지수, FTSE 전세계 지수, FTSE 유로퍼스트 300 지수 /사진=리피니티브, FT

전세계 주식시장이 말 그대로 '터미네이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세계 경기침체, 미국과 중국간 긴장 고조를 비롯한 정치적 갈등 고조, 워런 버핏 등 유명 투자자들의 몰락 등 잇딴 악재에도 고공행진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주식시장 흐름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사이보그로 나와 불멸의 힘을 보여줬던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그 무엇도 꺾을 수 없는 천하무적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결코 안 죽는 터미네이터 랠리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츠의 제임스 애티는 "결코 죽지 않는 주식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주식시장은 지난 11일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급증,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우울한 경기전망에 따른 충격으로 5% 가까이 급락해 3월 폭락세 이후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곧바로 반등에 나서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FTSE 전세계지수는 10여년만에 최고의 2·4분기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뉴욕시장이 있다. 뉴욕 주식시장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월 이후 21% 급등해 분기 기준으로 20여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경기침체는 주식시장 상승세에 거의 영향을 못미쳤다.

■ " 추가 상승여력도 충분"
무서운 주식시장 랠리는 그러나 아직 다 온 것이 아니라는 낙관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주식에 거품이 있다고 보면서도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크고, 오름세 역시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란 낙관이다.

GMO 설립자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제러미 그랜텀은 시장 흐름에 "완전히 압도당했다"면서 "이 거대한 거품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상당한 고통을 주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상승 랠리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유니제스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샐먼 베이그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주식 등) 위험자산은 상승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권 같은 안전자산이 여전히 강세이고, 기술주를 성장동력으로 했던 미 주식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많은 투자자들이 아직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그는 또 흐름을 좇는 헤지펀드 실적이나 변동성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 흐름으로 보면 이들 헤지펀드, 프로그램 펀드들이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이 뛰어들면 대규모 유입이 될 것이어서 주식 가격을 더 크게 밀러올릴 수 있다"고 낙관했다.

"경제지표 개선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 시사"
터미네이터 랠리는 그러나 전세계 주식시장,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 극심한 거품을 몰고 오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기순환을 감안한 주가수익배율(PER)은 30배에 육박해 장기 평균치의 2배에 이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달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명 가운데 4명이 주식이 고평가 됐다고 답해 1998년 설문조사 시작 이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의론자들은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려면 앞으로 최소 수년은 걸릴 것이어서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V자 회복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이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신호라는 우려도 있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거시분석 책임자 리처드 바웰은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탄탄하다면 이는 아마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너졌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 역시 높아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낙관론자도 주식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발렌틴 반 뉴벤후이젠은 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QE)가 지속되는 한 사망률 하락 같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어떤 호재도 주식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호재가 될 것이라면서도 11일 폭락세는 지금의 랠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뉴벤후이젠은 "2차 대유행 또는 코로나19 감염 재확산 소식이 나오면 시장 심리가 재설정될 것임을 예상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