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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저임금 올려라, 성과급 달라" 노조만 딴 세상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25% 인상 방침을 정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전날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시급 기준 1만770원을 제시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하는데 이 정도 인상률은 역대 최대다. 월급으로 따지면 225만원에 해당된다. 민노총은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 전면 적용, 기업 경영진과 임원 연봉은 최저임금 대비 최대 30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도입도 요구했다. 민노총은 이 내용을 가지고 오는 25일 2차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는 장기침체 경고음이 울린 가운데 한국 경제 역시 22년 만의 역성장에 직면했다. 중소 영세기업들은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그동안 우리 경제를 먹여살려온 기간산업마저 생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게 지금 우리 현실이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오르면서 오히려 저소득 취약계층 일자리를 빼앗는 역풍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25% 인상이라니.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요구로밖에 안 보인다. 최대한 양보해도 지금으로선 동결 이상은 곤란하다.

억지 주장은 자동차 노조들도 마찬가지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1인당 월 12만원 인상, 2000만원 성과급 지급을 골자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최근 확정했다. 노조는 조립라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TC수당 500% 인상, 생산장려수당 지급범위 확대 등도 요구할 방침이다. 앞서 르노삼성 노조도 기본급 월 7만원대 인상, 격려금 등 명목으로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을 임단협안에 넣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해외시장 봉쇄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해외기관들은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가 20%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본다. 6년 연속 적자였던 한국GM은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세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GM 생산물량은 2005년 이후 최저였다. 르노삼성도 올해 다르지 않다.
판매부진으로 2012년 이후 다시 적자가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과도한 요구는 자제하는 게 좋다. 노사가 힘을 합쳐야 겨우 버틸 수 있는 고난의 시간이 눈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