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애플이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과 15년간 이어온 인연을 끊는다. 올 연말 출시하는 맥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컴퓨터에는 애플이 설계한 반도체를 탑재하기로 했다. 반도체 설계 기술은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암홀딩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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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독립 선언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개발자회의인 월드와이드 디벨로퍼스 컨퍼런스(WWDC)에서 자체 반도체를 맥 컴퓨터에 탑재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애플 제품, 고객,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하나로 묶는 연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 해 후반 출시하는 맥 컴퓨터에서 인텔 반도체를 빼는 대신 전력소모는 적고, 속도는 더 빠른 자사 설계 반도체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맥 컴퓨터만을 위해 설계된 반도체로 더 높은 효율성을 낼 것이라는게 애플의 설명이다. 이는 2005년 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공동 창업자가 공개했던 협력체계를 뒤집는 것이다. 당시 애플은 인텔에 비해 왜소한 기업이었고, 주력 사업도 맥 컴퓨터였다.
사정은 달라졌다. 애플 시가총액은 이제 인텔의 6배에 이르고 인텔의 반도체에 대적할만한 수준의 반도체 설계 능력도 확보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상최초로 화상회의로 진행된 WWDC에서 애플은 자체 반도체 전환은 앞으로 2년에 걸쳐 이뤄지며 올 연말 자체 반도체를 탑재한 맥 컴퓨터가 첫 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암홀딩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체 반도체는 배터리 수명을 개선하고 연산처리 속도를 높여주며 새로운 보안 특징들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쿡 CEO는 자체 반도체 설계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것은 애플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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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비용절감 가능
독립 애널리스트 웨인 람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아이폰 핵심 부품의 약 42%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4년여 전 8%에서 급속히 높아졌다.
이는 큰 폭의 비용절감 효과와 함께 성능 개선, 향후 신제품 출시와 관련한 부품 장악력도 높여준다.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그에 걸맞은 부품 공급이 제때 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인텔은 최근 수년간 공급 제약을 겪으면서 그동안 반도체 개발 계획이 차질을 빚어왔다.애플의 비용절감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플은 인텔 반도체가 아닌 자체 설계 반도체를 사용해 대당 75~150달러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가격 인하 바탕이 될 수 있다. 인텔은 연간 애플로부터 30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애플은 클라우드 서버용 반도체는 계속 인텔에서 구입할 계획이어서 양사간 관계가 완전히 끊기지는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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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자동차 열쇠 대체
애플은 또 이날 행사에서 아이폰으로 자동차 열쇠를 대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카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선보였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아이폰으로 자동차를 여닫고 시동도 걸 수 있다. 비록 자사의 독자 자동차 개발은 여전히 가시화하지 않고 있지만 일단 자동차 열쇠부터 장악한 셈이 됐다. 애플은 신형 자동차의 97%에서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우선 2021년형 BMW 5 시리즈에 이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고, 이후 다른 자동차 모델들로 확대할 계획이다.
카플레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애플의 아이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지인들과 자동차 열쇠도 공유할 수 있다. BMW에 우선 적용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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