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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10대 상급의료기관 중 첫 '노조탄압' 심판 앞둬

상급의료기관 최초 노조와해 심판 가능성
지하주차장 탈의실 등 각종 논란 이어져

[파이낸셜뉴스] 10대 상급의료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길병원이 노동조합 탄압과 관련한 심판을 받게 됐다. 노조원에 불이익을 주고 탈퇴공작을 벌이는 등 지속적인 탄압을 했다며 노조가 병원을 관할 노동청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청소용역노동자 노조에 대한 탄압이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 수사를 받은 바 있으나, 일반노조 탄압과 관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1월 11일자 참조 ‘[단독] 길병원 간호사는 지하주차장에서 옷을 입는다’>
길병원, 10대 상급의료기관 중 첫 '노조탄압' 심판 앞둬
23일 오전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관계자들이 노동조합 와해 등의 혐의로 병원을 관할 노동청에 고소했다.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제공.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는 23일 부당노동행위와 노조법 위반 혐의로 가천대길병원을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올 초부터 간호사 탈의실을 지하주차장 구석에 만들고 시설관리팀 직원 샤워실을 오폐수 처리장 옆 열악한 곳에 두는 등 각종 논란 끝에 이뤄진 고소다.

노조는 병원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노조탄압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관리자가 노동조합 탈퇴서를 나눠주고 탈퇴서를 제출한 뒤 인사팀에 이를 보고하라고 재촉하고 △육아휴직·휴가 등 사유로 출근하지 않은 조합원 탈퇴서를 대신 발송한 사례 △부서장이 노조 가입과 활동을 파악하고 있음을 알려 압박하고 △탈퇴 시 승진과 인사상 이익을 줄 것처럼 회유한 사례 등을 고소장에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천대길병원지부 조합원은 지난해 1월 1318명에서 현재 786명으로 40%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18일부터 27일까지 탈퇴한 조합원 27명 가운데 12명이 승진해, 당시 나머지 조합원 1009명 중 승진자 7명을 크게 웃돌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조는 병원이 승진과 인사 불이익을 매개로 노조탈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노조는 “조직적 탈퇴공작으로 대대적인 조합탈퇴가 이루어진 간호부에서는 공짜노동 강요와 갑질, 괴롭힘 등 부당한 지시와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고소장 접수를 계기로 가천대길병원의 적대적 노조관과 불법행위들이 바로잡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길병원, 10대 상급의료기관 중 첫 '노조탄압' 심판 앞둬
길병원 간호사들은 지하3층 주차장 구석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서 간호복을 갈아입는다. 길병원은 올해부터 간호사들에게 해당 공간을 사용하라고 통보했다. 사진=김성호 기자

가천대길병원이 병원 내 직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 1월엔 응급실 간호사 탈의실을 지하주차장 구석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 마련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병원은 본지 보도 이후 병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임시라지만 미진한 환경을 눈으로 확인했고 하루 속히 다른 곳에 탈의실을 마련하라 조치해 며칠 내로 다른 탈의실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탈의실 문제로 직원들을 속상하게 해드려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