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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 추진

경영계 "노동권 강화땐 사측 '대항권'도 강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20대 국회에 제출됐다 야당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던 법률로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정이 추진되는 것이다. 경영계는 코로나 19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방향이 '친노동' 기조 강화로 기우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2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회의를 개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 회기 국회에서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노조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최근 해당 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진행하고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입법 예고 당시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개정안의 핵심인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이 노사 관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 회사를 나간 해고자와 퇴직자를 기존 노조가 기업 내부 문제나 노사 관계 등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미 회사를 나가 인사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기존 노조원들보다 사측과 큰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경우 기업별 노조에 일반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는데 개정안은 이를 허용한 것이다.

동시에 정부는 20대 국회 종료로 폐기된 ILO 핵심협약 비준안도 다음 달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1대 국회에 제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ILO 핵심협약은 8개 핵심 협약으로 노조활동 보장 협약, 강제노동 금지 협약, 아동노동 금지 협약, 균등대우 협약 등이 포함된다.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21대 국회 개원과 발맞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회기 당시 야당의 반대로 ILO 핵심협약 관련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지만 현재 여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점유한 만큼 여당의 의지에 따라 20대 국회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에 공식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 경영계는 만에 하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 실업자 등에 대한 단결권이 보장된다면 이에 맞춘 사측의 대항권도 개선해야 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노조가 파업하면 대체근로 금지 규정을 없애거나, 사업장 내에서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것등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간 기업에게 노사간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가 될 수 있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개정안대로 입법될 경우 노조의 단결권만을 강화시키고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조합원의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도 확대되어, 현재도 기울어져 있는 노조 측으로의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