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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수익 고전 보험사, 디지털 대전환이 대안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선 한국금융연구원(원장 손상호) 주최로 '코로나 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디지털 대전환'세미나가 열렸다. 핵심은 언택트(비대면)에 대비해 금융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자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일상은 물론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 사정은 심각하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을 팔고, 보험료를 걷어 채권 등 이리저리 돈을 굴려 보험금을 지급하고 수익을 거둔다. 하지만 사상 최저 기준금리(0.50%)에다 높은 손해율, 상품판매 저조 등으로 수익이 신통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국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46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165억원(26.1%) 빠졌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각각 0.47%, 4.57%로 1년 전보다 0.21%, 2.31%포인트 내려앉았다.

대안은 뭘까. 디지털 대전환이 답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이미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핀테크(IT+금융)·블록체인·인공지능(AI) 등을 적극 활용 중이다. 영국 스타트업 인슈레스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 항공기가 연착하거나 결항되면 자동으로 보험료가 청구돼 고객계좌로 입금된다. 보험청구서를 작성해 보험사로 보낼 필요가 없다. 미국의 레모네이드사는 AI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3초 만에 지급된다.

국내 업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온라인 보험상품 실가격 비교사이트나 운전습관 연계보험 등이 고작이다. 다행인 건 국내 보험업계도 사물인터넷(IoT)·AI·빅데이터 등을 접목해 상품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보험료가 싸고, 상품이 다양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 좋다. 보험사들은 싼 보험료에 사고를 줄이는 디지털 상품을 통해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손해율까지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의 진화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보험에 헬스케어, 건강보험까지 연결되니 금산분리 규제나 의료계 반발이 걸림돌이다. 디지털 대전환을 앞당기려면 고강도 규제개혁과 금융당국의 열린 사고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