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뚫은 방역 성과로
대사관 통해 K의약품 문의 급증
생산·품질 경쟁력에 신뢰도 상승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 머지않아
국내 제약사 한정된 역량·리소스
효율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필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코로나19는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입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제약업체들이 위기를 맞았지만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K-방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진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희망도 전했다. 원 회장에게 현재 제약바이오업계의 현실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도 지난 5월 신종 감염병의 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가칭)한국혁신의약품 컨소시엄(KIMC)'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곳에서는 신종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등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공동 연구개발(R&D) 플랫폼을 구축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성과를 창출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도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협력하는 중장기적인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언제쯤 가능할까
▲전세계에서 민관이 힘을 합쳐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언제 치료제나 백신이 성공적으로 가시화될 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고 세계 각 국에서 전력투구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제약바이오업계에 미친 영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산업계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제약사 매출의 대부분이 전문의약품이어서 병원에서 처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실제 병원 환자가 최대 47%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1조 8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과 인도의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원료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공급가액 상승이 불가피하다.
연구개발도 위축될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환자 모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도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기업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의 사용 비중이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의약품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위탁생산(CMO)도 증가하고 선진국에서도 값비싼 바이오의약품에 들어가는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바이오시밀러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기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합성의약품에서 나아가 바이오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제약바이오기업에서는 주력 파이프라인에 바이오의약품을 두고 기술수출이나 연구성과가 가시화되는 단계에 있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의 방역시스템과 보건의료시스템, 관련 물자를 개발·생산하는 산업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이후 각국 대사관들로부터 한국 의약품 문의가 급증했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도 '약제급여 의약품 회원사 영문목록집' 발간해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했다.
한국 의약품은 국내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넘어 EU GMP, cGMP 등 선진국 수준의 생산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과 품질에 관한 경쟁력, 그리고 높아진 신인도를 기반으로 한국 의약품의 글로벌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무대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건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내수 및 제네릭 위주의 기존 산업구도를 탈피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화된 전략과 경쟁력 갖춰야 한다. 우선 연구개발 역량을 축적해야 하고 여기에 보다 강화·확장된 기업간 오픈 이노베이션, 민관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의 융합 등을 적극 활용, 산업 경쟁력 강화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산업계의 노력에 정부의 뒷받침(산업육성 기조와 정책)이 조화를 이룬다면 글로벌 제약강국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은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에 대한 일관성이 절실하다. 정부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후 다른 쪽에서는 연구개발의 원천인 약가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잡고 이를 진행중이다. 현재 중복적인 약가규제에 추가적으로 신규 약가규제가 예정돼 있다. 이러한 약가인하 기조는 결국 R&D 동력 저하는 물론 산업계의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제약산업의 성장은 민의 혁신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한국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제약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육성에 대한 일관된 시각과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지속돼야 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이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은
▲오픈이노베이션은 다자간 협력을 통해 개별 주체의 한정된 리소스를 극복하고 결론적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국내 제약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규모의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한정된 역량과 리소스 상황에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바로 '오픈이노베이션'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산·학·연·병 등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 마련에 도움을 주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협회는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 입주와 메사추세츠공대 산·학 협력프로그램(MIT ILP)을 만들어 국내 20여개 기 제약사가 지원하도록 도왔다. 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밀너 컨소시엄 가입 등을 통해 회원사의 현지 거점 마련 등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본격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를 통해 신약개발 과제 발굴, 공동연구, 기술협력 등에서 더 크고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 약력
△66세 △용산고 △서울대 약학대학 △강원대 약학박사 △대한약학정보화재단 이사장 △의약품정책연구소 이사장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사장 △제33대·제34대 대한약사회장 △강원대 약학대학 초빙교수 △서울대 약학대학 겸임교수 △제18대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위원) △이화여대 약학대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원장 △사회보장정보원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현)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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