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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연말까지 가면 '54조 유동성 위기' 기업 덮친다 [한은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코로나 충격 연중 지속 시나리오
항공업만 13조 자금 부족 전망
기업 절반 벌어서 이자도 못갚아

코로나 연말까지 가면 '54조 유동성 위기' 기업 덮친다 [한은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
코로나19 충격이 올해 연중내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최대 54조원의 유동성 부족을 겪고, 절반 이상(50.5%)의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특히 항공업은 약 13조원의 유동성 부족이 예상되고 숙박음식, 여가서비스, 해운 등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 연중지속 시 항공 유동성 위기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이 연중내내 지속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50.5%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32.9%였던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한 해 수입에서 이자비용으로 쓰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1 미만이면 영업이익보다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이는 한은이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자금사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기본 시나리오(S1): 올해 내수 2·4분기, 해외수요 3·4분기까지 △심각 시나리오(S2): 충격이 연중내내 지속되는 경우로 나눠서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2019년 4.8%에서 기본 시나리오(S1)하에서 2.2%, 심각 시나리오(S2)하에서 1.6%로 각각 악화됐다. S1 상황에서 유동성 부족 규모는 30조9000억원(전체 외감기업 대비 7.8%)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S2의 경우 부채비율 200% 초과기업 비중도 40.5%로 상승하며, 유동성 부족 기업도 10.8%(54조4000억원)로 높아졌다. 업종별로는 항공이 유동성 부족(S2, 12조7000억원)으로 가장 심각하며 숙박음식, 여가서비스, 해운 등도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으로 차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유동성 부족 규모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의 유동성 부족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일시적 성격임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자금지원을 통해 대규모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의 유동성 사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가운데 기업어음(CP), 회사채 시장 등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GDP 대비 가계·기업 빚 GDP 2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그동안 늘어난 대출이 금융시스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명목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20년 1·4분기 말 201.1%로 전년동기 대비 12.3%포인트 상승하며 200%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축되었던 신용채권시장은 4월 이후 여러 시장안정화 조치들이 본격 시행되면서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중순 이후 회사채 및 여전채 신용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됐으나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 등의 영향으로 4월 중순 이후 확대 추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발행시장에서도 4월 이후 채안펀드 투자에 따른 수요 확충 등에 힘입어 발행 규모가 확대됐다. 다만 채안펀드 투자대상에서 제외되는 회사채 비우량물(A등급 이하)의 발행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축됐던 신용채권시장은 4월 이후 여러 시장안정화 조치들이 본격 시행되면서 여건이 개선되고 있으나 비우량물을 중심으로 신용경계감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재확산, 미·중 갈등 고조 등으로 실물경기가 크게 악화될 경우 신용채권시장이 재차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유동성 부족은 당분간 현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정부 지원조치 종료 이후 상황변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안정지수(FSI)는 4월(22.3) 위기단계에 이르렀다가 이후 하락했으나, 주의단계 임계치(8)를 상당폭 상회(18.0)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안정지수가 8 이하이면 안정, 8 초과 22 이하는 주의, 22 초과는 위기단계로 나뉜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