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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정부·여당, 잡놈이라 고백해라..그냥 인사청문회 폐지법을 내라”

홍영표, ‘비공개 인사청문회’ 대표발의에
진중권 “주제파악은 했으면 한다”
"공직임명 기준 포기하고 찾은 사례가 조국·윤미향"
"개혁 대상 될 사람들이 개혁 주체라고 깨끗한 척"

진중권 “정부·여당, 잡놈이라 고백해라..그냥 인사청문회 폐지법을 내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스1
[파이낸셜뉴스]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인사청문회 비공개법’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졌다며 맹비난했다. 특히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개혁의 주체라고 깨끗한 척 하는 꼴만은 보고 싶지 않다. '우리도 실은 잡놈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철판을 까시라”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는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에 들어간 586은 자신들은 최소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보다는 깨끗하다고 확신했을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권력을 이용해 장난을 쳐도 앞의 두 정권보다는 자신들이 더 낫다고 믿었을 테다”라고 했다.

이어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문제였던 거다. 신들을 개혁의 '주체'로만 생각했지, 자신들이 이미 오래 전에 개혁의 '대상',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변했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던 것”이라며 “그래서 그 개혁의 '형식'에 발목이 잡혀버린 상황이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집권 직후 의기양양하게 '공직임명 5대기준' 만들었던 것을 기억할 거다. 그때만 해도 나름 자신이 있었던 것”이라며 “'과거의 정부와 다르다. 우리는 깨끗하다' 문제는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이 그 진영에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래서 그걸 이리저리 완화해 7대기준이던가? 부랴부랴 새 기준을 만드는 소동을 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하지만 기준을 아무리 느슨하게 해도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결국 아예 '기준'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그 첫 사례가 조국, 둘째 사례가 윤미향”이라고 저격했다.

그는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표방하던 정권이 결국 공직임명에서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져버린 것”이라며 “그 도덕적 허무주의를 아예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바로 홍영표 의원이 발의한 '인사청문회 비공개' 법안”이라고 글을 이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22일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 부문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고 공직윤리청문회는 비공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진 전교수는 “인사청문회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문제는 한국은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미국에선 FBI를 비롯한 사정기관들이 독립성을 갖고 있어 신뢰할 만하지만, 한국은 일선 경찰청장이 선거개입의 대가로 공천을 받는 나라거든요. 그러니 결과야 안 봐도 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사태를 보라. 검찰에서 기소를 했는데도 임명을 강행했다”며 “그때 이들이 내세웠던 논리가 뭐였냐. '감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검찰이 개입하려 하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만인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는데 대한민국의 어느 사정기관이 감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는 보고서를 내겠느냐”며 “그랬다가는 윤석열 사단처럼 줄줄이 좌천될 텐데. 검찰이든 경찰이든 정권의 코드에 맞출 준비가 된 출세주의자들이 득실득실하니, 인사 청문 자체가 의미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결국 남은 것은 언론인데,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면 그나마 언론에 의한 검증도 못하게 되는 거다.
그러니 이왕 도덕적 허무주의의 길로 들어섰으니, 그냥 인사청문회 폐지법을 내라”며 “그러면 최소한 정직하다는 소리는 들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건 몰라도, 주제파악은 했으면 한다.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개혁의 주체라고 깨끗한 척 하는 꼴만은 보고 싶지 않다”라며 “그냥, '예, 우리도 실은 잡놈입니다'라고 정직하게 고백을 하고, 그냥 얼굴에 철판을 까세요. 그럼 조금은 덜 역겹겠다”고 날을 세웠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