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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효과'?… 너도나도 "검찰수사심의위서 결백 증명" 문의 폭주

"과잉수사 위법성 알릴 좋은 기회"
피의자들, 로펌에 잇단 소집요청
검찰 부담감 늘고 위상 악화 우려

'이재용 효과'?… 너도나도 "검찰수사심의위서 결백 증명" 문의 폭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가 나오면서 향후 피의자 등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이 쇄도할 것이라는 법조계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사심의위 권고가 검찰이 따라야 할 의무사항은 아니라도 '과잉 수사'라는 점을 피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소형 로펌들을 상대로 수사심의위 소집과 관련한 의뢰인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수사심의위 소집 문의가 1건도 없다가 이 부회장의 불기소 권고 이후 매일 10~20여건의 문의 전화가 온다는 게 중소형 로펌들의 설명이다.

한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는 "의뢰인들이 이 부회장 사건 전에는 수사심의위 개념 자체도 몰랐지만 실체를 알고 나서 문의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심의위 제도를 통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이 2018년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의 적절성 여부를 논의해 권고안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심의를 받아 중립성을 확보하다는 취지다.

수사심의위 권고가 강제성은 없으나 그간 검찰이 이를 한 번도 거스른 적 없었던 만큼 피의자 등이 수사심의위 요청을 통해 과잉 수사의 위법성을 알리려 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수사심의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기소할 경우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부담감도 검찰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및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 사실상 검찰 수사와 기소 여부 전 과정을 검토한다.

최근 채널A의 이모 전 기자가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협박성 취재를 했다고 폭로했던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이모 전 기자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신청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밖 시민(법조·언론·시민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사자문단은 수사팀이 아닌 형사사법에 익숙한 법조인들로 구성한다는 차이가 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전날 자신의 SNS에서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권고 결과를 거론하며 "제 고발사건은 이 부회장 사건과는 달리 쟁점이 아주 간단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2015년 12월 당시 부산지검에 근무하던 전직 검사 A씨가 고소장을 분실한 후 이를 위조해 사건을 처분했음에도 이들이 묵인했다며 지난해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임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 4월28일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임 부장검사도 이 사건에 대해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