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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승' 거뒀지만… 한일 무역분쟁 해결 실마리 1년째 못찾아

WTO 기능 마비로 교착상태 지속
유명희 출마·美 탈퇴 변수 떠올라
코로나 종식돼도 해법찾기 어려워
日자산매각땐 수출금지까지 악화

'판정승' 거뒀지만… 한일 무역분쟁 해결 실마리 1년째 못찾아
오는 7월 1일.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지 1년이 된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돌발변수를 만나면서 한·일 간 무역분쟁을 한층 더 격화시켰고 해결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일 갈등은 강제징용 배상, 문화적 갈등 등이 얽혀 있는 복합방정식이어서다. 우리나라는 한·일 무역분쟁 해소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법적 제소를 했지만 WTO 내 결정기구는 코로나19로 사실상 마비상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직 입후보도 변수로 꼽힌다.

■코로나 종식돼도 갈등지속 전망

28일 정부 연구기관, 통상 전문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한·일 무역분쟁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일본과 무역분쟁을 겪었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일본산 공기압 밸브 관련 분쟁은 '안전성'과 '관세'였지만 결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일 무역분쟁은 우리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상판결을 내리면서 정치, 과거사 이슈와 엮인 문제가 됐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무역은 최악의 상황으로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없었어도 수출과 투자가 동시에 줄어들 가능성이 높았다"며 "연내에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매각이 이뤄질 경우 일본에서도 추가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법원은 2018년 10월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명령을 내렸고, 이후 판결에서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과거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배상토록 했다. 일본 정부는 과거 한국 정부와 배상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전문가 A씨는 "한·일 무역분쟁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징용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에 있고 갈등의 불씨가 살아 있다"며 "8월 4일부터 압류한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 일본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WTO에 패널 요청을 신청하고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갔지만 WTO의 분쟁해결 능력 자체가 떨어져 문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일본, 한국 타격 품목 100여개 확보

유명희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출마도 한·일 관계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본 보수언론은 유 본부장의 출마선언에 있었던 '국익 제고'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비판보도를 했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이 되더라도 법률과 논리에 맞춰 사안을 다루고 개별 사안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맥락 없이 일부 표현을 공격한 것이다.

A씨는 "언론 등에서 유 본부장의 사무총장 출마가 한·일 무역분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의 경우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 수출절차를 복잡하게 한 것(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이었다. 하지만 갈등 양상에 따라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공목 연구위원은 "무역분쟁 초기 일본이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집계한 결과 100여개에 달한다는 설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WTO 탈퇴도 한·일 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7월 말 WTO 탈퇴 결의안을 표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WTO 탈퇴 배경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며 "WTO 체제하에서 중국이 지식재산권 침해, 각종 정부보조금 등으로 불공정경쟁을 통해 대중 무역적자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WTO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WTO의 국제위상 변화, 한·일 무역분쟁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A씨는 "국제 관계가 요동치는 상황 속에서 한·일 관계는 좀 더 큰 시각에서 재평가를 하고 정치적 타결을 통해 미래 지향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