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휴가 다녀온 후 진단서 제출
사전제출 원칙인 훈령 위반 의혹
공군 "내부규정엔 사후제출 가능"
법적 책임 없지만 동료는 박탈감
황제병사 의혹 등 연이은 군 기강 논란에 군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fnDB
'특혜가 아닌 배려'로 결론 난 공군 '황제복무' 의혹과 관련, 해당 병사가 휴가 이후 진단서를 제출한 것이 관련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방부 훈령과 공군 규정상엔 휴가 전 진단서 제출이 원칙으로, 사후 제출은 특수한 상황으로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훈령에선 '응급환자', 공군규정에선 '(사전 제출이) 불가능할 경우'에만 진단서를 사후 제출토록 하고 있는데, 해당 병사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후제출
29일 공군에 따르면 최영 전 나이스그룹 부회장 아들인 최모 상병이 청원휴가 전에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군은 다만 이 병사가 통상 자비부담서약서라고 부르는 민간의료기관 진료 희망서를 작성하고 나갔다고 확인했다. 민간 의료기관 진료 후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정돼 바로 해당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최 상병은 피부질환을 이유로 군복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해왔지만 막상 외출 후 입원은 목 관절과 어깨통증으로 정형외과에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상급종합병원급을 제외하고 입원이 가능한 피부과 병원을 찾기 어려워 정형외과에 입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 상병 황제복무 의혹을 감찰한 공군은 최 상병이 자택에 인접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으며 정형외과 병원에 입원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훈령' 제5조는 진료목적의 청원휴가 시 사전 진단서 제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응급환자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사후제출이 허용된다. 공군 규정 역시 사전 제출이 원칙으로, '불가능할 경우'에만 사후 제출토록 하고 있다.
훈령 제6조는 또한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청원휴가를 요청할 경우 군병원 전문의에 의한 진료를 거쳐야 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군 측은 "최 상병은 특별외출로 나갔다가 입원 소견이 있어서 입원한 것으로 진단서는 사후에 제출해도 된다"며 "다른 병사들도 비슷한데 일단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겠다고 하는데 그걸 가지 말라고 하는 부서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군병원을 건너뛰고 바로 민간병원으로 간 것과 관련해서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며 "공군의 모든 부대에선 군병원이나 민간병원 중에 어디를 갈지를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부대 내 상주한 군의관의 진단을 받지 않은 데 대해서도 "작은 부대에는 검사시설이나 이런 게 대형병원보다 허술할 수밖에 없고,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법 위반사항 없는 배려
실제 최 상병 입원과 관련해 일부 훈령과 저촉되는 부분이 확인되더라도 법적 처벌과는 관련이 없다. 훈령은 법상 행정규칙으로, 내부 징계사유는 될 수 있지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수 법조인에게 문의했지만 다들 "훈령은 내부 규정일 뿐이라 어겼다고 해도 특정인에게 피해가 아닌 혜택을 준 거면 위법성을 따지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공군 감찰 결과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최 상병 및 그에게 특혜를 준 관련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최 상병이 생활관을 혼자 쓰고 세탁물을 부사관을 통해 배달받는 등 다른 병사에 비해 큰 혜택을 누린 점과 관련한 군사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아울러 공동세탁기 사용을 못하고 정수기 물도 먹지 못하며 피부과 및 정형외과 질환으로 수차례 외출과 입원까지 해야 했던 병사에게 군병원 입원 및 조기전역 심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여전한 의문이다. 공군은 감찰 결과 발표에서도 이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이란 배경과 특혜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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