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수용했지만 靑은 불가
통합당 "윤미향 국조만으론 안돼"
與 일단 3차 추경 처리에 집중
野 상임위 계속 거부하기도 부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29일 오전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을 위한 최종 담판을 벌였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직후 각각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2년만에 17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정보위원장을 뺀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 건을 처리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190석의 범여권, 176석의 거대여당이란 힘을 바탕으로 국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게 됐고, 103석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견제수단이라 여겼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치며 대책마련을 고심중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면서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양상이다. 일단 민주당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이번 국회 회기 내 처리하고, 향후 여론추이를 보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공수처장) 임명 강행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정국 경색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여야간 협상 타결 가능성이 엿보였지만, 청와대에서 '대북외교 국정조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 다시 협상이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반발은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에 언급된 한국 정부의 대북외교 비판이 본격 검증될 경우 청와대로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 의장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윤미향 기부금 유용 의혹'과 '대북외교'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의 이같은 국정조사 제안을 수용하고, 통합당도 남은 상임위원장 7석을 가져가되,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권을 폐지하는 민주당의 '일하는 국회법'은 여야가 추후 협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26일 늦은 밤 양당 원내대표가 가합의했고, 주 원내대표가 중진들을 좀 더 설득하겠다 해서 주말까지 추가 협상이 이어졌다"며 "그런데 주말 사이 김태년 원내대표 쪽에서 볼턴 회고록 국정조사는 못받겠다고 했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미향 국정조사는 청와대가 직접 타깃이 안되지만, 대북 국정조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가 타깃이 된다. 결국 청와대에서 거부한 것"이라며 "통합당에서도 윤미향 국조만 받기에는 합의 명분이 약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야간 합의가 무산돼 여당도 당분간 강공 모드로 나설 전망이다.
당장 3차 추경 처리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민주당 주도의 국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이며 야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여민1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3차 추경을 간절히 기다리는 국민들과 기업들의 절실한 요구에 국회가 응답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코로나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국회가 더는 외면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밝혀, 여당의 속도전을 주문했다.
그러나 추경안 여권 단독처리 이후, 공수처를 비롯해 남북 현안 등 쟁점 요소가 산적해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는 또 다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통합당도 "야당 역할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적절한 시기에 상임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나, 조만간 공수처장 임명 이슈를 놓고 충돌이 예상돼 정국 긴장감은 유지될 전망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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