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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주역 네이선 로, 홍콩이탈 "현재 위험"

홍콩 민주화 주역 네이선 로, 홍콩이탈 "현재 위험"
홍콩 데모시스토당 전 비서장 조슈아 웡(왼쪽)과 전 주석 네이선 로(오른쪽).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켭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조슈아 웡과 함께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전 주석이 홍콩을 벗어났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현재 위험에 처했다며 이동한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규모 헥시트(홍콩+엑시트)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 상징적 인물 중 한명의 홍콩 이탈이 알려지면서 지지자와 시민 동요도 예상된다. 그는 온라인에 떠도는 '홍콩 보안법 체포 블랙리스트' 중 한명이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CNN에 따르면 네이선 로는 2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미 홍콩을 떠나 국제적 차원에서 홍콩 지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위험할 수 있어 개인적인 행방과 상황을 너무 많이 밝히지는 않겠다. 언제 홍콩으로 돌아갈지도 알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네이선 로는 2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화상으로 출석해 홍콩 탈출을 시사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처했고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경계할 수 있도록 국제 전선에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변호사 출신은 로는 2014년 조슈아 웡 등과 우산 혁명을 이끌었으며 2016년엔 최연소 입법회 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홍콩 법원은 노란우산을 든 채 선서하거나 선서 기간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이유 등으로 그의 의원자격을 박탈했다.

그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9월 입법회 선거 후보 선출 야당 경선 토론회가 열린 지난 27일이 마지막이다. 로는 입법회 선거에 재출마할 계획이지만 홍콩 보안법이 발효되면서 선거를 이어갈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지난달 30일 데모시스토당 탈당과 당 해체를 선언했었다.

로는 페이스북에 “중국 정부가 당신을 목표로 삼으면 누구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며 “내가 사랑하는 이 도시는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라고 비판했다.

조슈아 웡은 또 다른 홍콩 민주화의 주역 아그네스 차우 데모시스토당 전 상무위원과 함께 형사사건에 연루돼 홍콩을 떠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차우는 2017년 홍콩 입법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영국 국적을 포기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2주간 감금·폭행당했다고 주장한 전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 사이먼 정은 홍콩 보안법 발표 하루 만에 영국에 망명했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영국해외시민(BNO) 여권 소지자 중 처음으로 정치적 망명을 승인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 사례가 보호를 원하는 다른 홍콩인들에 전례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홍콩 보안법 발효 이후 홍콩을 떠나려는 주민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