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게 허가제' 확대...상인과 주민 상생모델 부각
동대문흥인지문 앞, 거리가게 정비후 모습
흥인지문 앞, 거리가게 정비전 노점들의 모습
영등포구 영중로 거리가게 전비후 모습
영등포구 영중로 거리가게 정비전 노점들의 모습
[파이낸셜뉴스] #영등포역 앞 영중로. 50년간 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들이 골칫거리였지만, 지난해 말끔히 정리됐다. 치열한 협상 끝에 수십억 원대 재산을 가진 '재벌 노점' 절반을 퇴출시키고 나머지는 합법적 거리가게로 정비를 끝마쳤다.
서울시는 7일 시민 보행권 회복과 거리가게의 생존권을 위해 '거리가게 허가제'를 올해 전 자치구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리가게 허가제는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거리가게를 허용해주고, 운영자는 점용료를 내도록 하는 정책이다. 서울시가 지난 2019년 부터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도입했다. 노점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상인과 주민편의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다.
■
험난한 협상, '재벌 노점'은 퇴출
지난해 첫선을 보인 거리가게는 영등포역 앞 영중로 거리다. 영등포 대표 상권 지역이지만 50년 동안 점점 늘어난 노점들로 아예 보행자들이 차도로 걸어야 할 지경이었다.
서울시는 노점 상인들의 거친 시위와 저항 속에서 1년간 협상 끝에 57개 무허가 노점의 절반을 없애고 26개의 거리가게만 남겨놨다. 이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 자산을 가진 '재벌 노점상'들이 가스통을 들고 구청에 들이닥치는 등 협상 과정이 험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리가게 허용 가이드라인에 재산기준이 정해져 있다. 영중로의 경우 3억 원 이상 재산이 있으면 자격을 박탈 했다"라고 설명했다.
영중로 정비 사업은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영등포구가 올해 실시한 행정 만족도 조사에서 영중로 보행길 정비에 대한 만족도는 7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시는 영중로, 신림역, 동묘에 이어 중랑구 태릉시장, 동대문과 청과물 시장의 거리가게 사업도 순서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중 중랑구의 경우 영중로 못지않은 노점상들의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유한 노점상들이 많아 재산 기준을 얘기하면 아예 협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라며 "1년 협상은 기본이고 2년까지도 길어 질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하고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
40년 묵은 '노점 거리', 말끔히 탈바꿈
서울시는 이달말 흥인지문에서 동묘까지 구간에 대한 거리가게 정비사업을 완공한다. 지난해 영등포구 영중로, 올 5월의 관악구 신림역 일대에 이어 3번째로 정비가 끝나는 거리가게 구역이다.
흥인지문에서 동묘앞 역까지 1.2km 구간에는 107개의 불법 노점들이 들어서 있어 지난 40년간 정비작업이 정체됐다. 최근 복고 열풍을 타고 방문객들이 급증했지만, 노점들로 인해 보행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지역에는 정비를 끝마친 후 100개의 합법적인 거리가게가 만들어진다"라며 "동묘 앞 구제 거리와 동대문 일대 쇼핑지역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