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
美 대선전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
비건은 한발 물러나 강온전략 펴
"내 카운터파트 지명한다면 언제든 대화에 응할 준비"
최선희에 불만 우회적 표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사직로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필요하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혀 11월 미국 대선 직전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깜짝 카드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는 가운데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또 다른 목소리로 속도조절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비건 부장관의 다른 톤의 목소리는 북한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고도의 전략적 팀플레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8일 오전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남북협력을 지지하고, 이는 한반도를 안정적 환경으로 만드는 중요 요소"라고 밝혔다. 또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섣부른 대화 가능성에는 명확한 선 긋기를 했다. 특히 비건 부장관의 이번 아시아 방문은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중재자 역할 재기를 모색하고, 미국 정부 주변에서 3차 정상회담뿐 아니라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로 주목을 받은 점에서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그가 이날 미국이 보인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3차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강온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은 여전히 미국이 필요시 꺼내들 카드로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엇갈린 해석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북한이 최근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북한에 만남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 "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년 동안 협의한 것들을 (정책 추진의) 지침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북한과 대화 의지도 있지만 미국 대선(11월)을 앞둔 10월에 북·미 정상회담을 급조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 이벤트에 치중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건 부장관은 "김 위원장이 이 문제들에 대해 협상할 나의 카운터파트를 임명할 때, 우리가 준비됐음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공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넘어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측 북핵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조속한 시일 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도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한·미는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선 우선 양쪽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본부장은 "한·미는 북한과 대화가 재개되면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관련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체제를 기반으로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건 부장관과 이 본부장은 최근 기능상 문제가 제기된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최근 북한은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발전에 '족쇄'가 되고 있다고 비난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워킹그룹이 대북제재 완화에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를, 9일에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 외교안보라인을 두루 만나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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