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전문가 "현실에 맞는 성교육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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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교육이요?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거 같은데…"
15일 서울 종로구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학생들에게 성교육에 대해 물어보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현실과 동떨어진 '수박 겉할기식' 내용이 많아 실효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고등학교나 초등학교나 성교육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는 거 같다"며 "누구나 알만한 교과서적인 내용이라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 성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쿨 미투와 청소년 성착취 등 새로운 유형의 성폭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교육이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중·고등학교 성교육은 교육부의 '2015년 성교육 표준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표준안은 공개 당시 '남자의 성욕은 여자보다 강하다' '여성의 바른 옷차림은 치마다' '이성 친구와는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등의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비판을 받았다. 성교육 표준안은 2017년에 일부 수정됐지만, 바뀐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성폭력 예방 교육이 피해자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가해자를 줄이기 위한 교육보다, 피해자가 '알아서 피해야 하는' 예방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관계자는 "성관계에 있어서 자의와 타의를 구분하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훈련시켜야 한다"라며 "현행 교육은 성적 의사소통 안에서의 과정이 생략돼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교육을 넘어서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남녀의 신체구조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 녹아있는 성적인 일들에 대한 교육을 원한다"며 "방송강연이나 영상으로 대체되는 단편적인 성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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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성교육의 필요성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청소년 6만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7%(3422명)로 나타났다.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 13.6세였다. 이 가운데 피임실천율은 59.3%에 그쳤다. 3209명 중 약 1307명은 피임을 실천하지 않는 셈이다.
앞서 최근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성교육 수업 시간에 바나나에 '콘돔 끼우기 시연'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해당 학교는 '콘돔과 바나나까지 준비하면서 자세하게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성폭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학부모의 항의를 받았다"며 해당 수업을 취소시켰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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