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유가급락..그룹 위기로 전이 막기 위한 결단
2년 여간 약 1500억 사업 개발비 투자..대체 투자자 찾으면 일부 보전
[파이낸셜뉴스] 대림산업이 100억달러(한화 약 12조원) 규모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에서 철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유가급락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늘어났다는 판단에서다. 사업 유지를 위해서만 막대한 추가 자금이 예상되는 만큼, 그룹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린 결단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최근 미국 오하이주 소재 석유화학단지 개발에서 최종 철수를 결정했다. 투자 결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수준에서 전략적으로 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은 미국 오하이주 당국,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개발 사업 철수를 통보했다.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20억달러 중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KB금융 2억5000만달러 등 4억달러 규모로 투자 참여를 논의해왔다.
대림산업은 해외계열회사인 대림케미칼 USA에 대해 사업 스케줄에 따라 순차적으로 출자, 투자를 집행해왔다. 지난 2년 여간 약 1500억 원의 사업 개발비가 투자됐다. 대림산업을 대체할 다른 투자자를 찾게 될 경우 일부 보전이 가능하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프로젝트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대림산업의 빠른 의사 결정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 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파트너에 대한 배려 차원도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과 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 PTT 글로벌 케미칼(PTTGC)은 지난 2018년 오하이오주에 연산 15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크래커(ECC)와 이를 활용해 폴리에틸렌을 제조하는 공장을 건설키로 하고 투자약정을 맺었다.
올해 초 오하이오 정부가 환경 영향 평가 결과에 따라 개발 허가를 내줌으로써 상반기 내로 최종 투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대림과 PTTGC는 올해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했다.
그동안 미국 석유화학시장은 높은 운송비 부담으로 국내 업계의 진출이 어려웠다. 오하이오주가 미국 내 대표적인 셰일가스 생산 지역인 만큼 원료인 에탄을 저렴하게 조달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미국 폴리에틸렌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동부 지역에 있기 때문에 물류비용 절감도 기대된 부분였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북미와 남미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를 마련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했다"며 "석유화학 분야 글로벌 디벨로퍼로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라는 명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이번 철수 판단에 영향을 줬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 셈"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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