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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심판대 서는 일본… '사무총장 선거전' 재 뿌리나

일방적 수출규제 위법성 다툴
패널설치 여부 29일 확정
일본 '네거티브 선거전' 우려
정부, 유명희 본부장 총력 지원

WTO 심판대 서는 일본… '사무총장 선거전' 재 뿌리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뉴스1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가 본격화한다.

이달 말 일본 수출규제 위법성을 다룰 WTO 패널 설치가 유력하다. 아울러 이번 한·일 무역분쟁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출마한 WTO 사무총장 선거전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오는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 수출규제 WTO 분쟁을 다룰 분쟁해결기구(DSB) 패널 설치 여부를 확정한다.

현재로서는 DSB 패널 설치가 확실시된다. WTO 규정에는 164개 모든 회원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패널이 설치된다고 정하고 있다. 피소국인 일본이 반대해도 패널 설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앞서 일본은 한 차례 가능한 패널 설치를 거부한 바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18일 WTO 사무국과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일방적 수출규제를 문제 삼아 패널 설치 요청서를 발송했다.

패널이 설치가 확정되면 판사 역할을 할 패널위원 3인을 정하는 '재판부 구성' 절차가 있다. 이후 분쟁 당사국과 제3국이 참여하는 패널심리가 진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패널위원 선정 절차가 당사국 간 의견조율과 후보자 사정 등을 반영해 평균 6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말했다.

패널설치 요청부터 판결문인 패널보고서 채택까지 원칙상 최대 13개월 정도다. 양국이 패널보고서에 찬성하면 DSB가 보고서를 채택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 패소국이 결과에 불복하면 사건은 상소기구로 넘어간다.

하지만 WTO 상소기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사무총장이 부재한 현실에서 최종 판정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사무총장이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며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조치 유예와 동시에 일본을 상대로 한 WTO 제소도 중지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측은 일본이 시비를 걸었던 재래식무기 통제 미흡, 수출관리 전담조직 미비 등의 이슈를 모두 해소했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규제 현안 해결에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몇 차례 한·일 간 공식대화를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한·일 WTO 분쟁이 WTO 사무총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일본의 '반(反)한국' 여론전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WTO 사무총장 선출 프로세스에 제대로 관여하겠다"면서 분쟁 중인 한국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WTO 사무총장은 인사·예산권을 쥐고 있는 유엔 사무총장과 다르다. 개별 사안에 개입할 힘이 없다. (유 본부장) WTO 사무총장 출마와 수출규제 분쟁은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노골적인 '네거티브 선거전'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국제적 위상과 수준을 고려하면 스스로 얼굴에 먹칠은 절대 안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스위스 제네바에 체류하며 16일 WTO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후보자 정견을 발표한다. 이번 사무총장 선거에는 유 본부장을 포함해 나이지리아·이집트·케냐·멕시코·몰도바·영국·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에서 8명이 출마했다. 차기 사무총장 최종 윤곽은 10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 본부장 지원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가 (WTO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과 WTO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WTO에서 목소리를 내는 거의 모든 중견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그런 만큼 유 본부장은 각 국가 관료들과 수시로 협의할 수 있는 인적 관계를 구축했다. 우리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