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별대우 박탈 서명
외국기업들 떠날지 말지 고민
홍콩 떠나면 中 접근기회 차단
한국 등 당장 반사이익은 없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품에서 꺼낸 메모를 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과 홍콩자치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연지안 기자】 미국이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특별대우 박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홍콩 보안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도 승인했다. 이로써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도 흔들리게 됐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홍콩 엑소더스 현상도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콩은 이제 본토 중국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특혜도 없고 특별한 경제적 대우도 없고 민감한 기술 수출도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 박탈
그 동안 홍콩의 특별지위에 대한 부분적 박탈은 여러 차례 거론됐다. 하지만 관세와 비자 등 핵심 제재는 가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까지 나선 것은 이제 징벌적 조치에 본격 착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은 홍콩 민주화를 약화시키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홍콩 수출 우대 금지, 홍콩 여권 소지자 비자 특혜 제한 등이 골자다. 제재와 함께 홍콩 거주자를 위한 난민 수용 규모를 '재할당'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위해 홍콩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중단하고 수형자 이송에 관한 협정도 파기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민주화 인사 등에 대해 홍콩 보안법을 적용하더라도 미국으로 도피한다면 난민으로 인정해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재할당은 대규모 홍콩 엑소더스를 예상해 그 수용 규모도 늘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홍콩 자치법'에도 서명했다. 홍콩 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을 제재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이달 초 하원과 상원이 잇따라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미국이 실제 행동에 착수하면 홍콩의 장점은 사실상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홍콩은 2017년 기준 총수출액 5498억달러(약 660조원), 총수입액 5893억달러의 무역 규모를 자랑한다.
인구 750만명에 불과한 도시인 홍콩이 이 같은 막대한 무역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달러 거래의 편리성, 관세 혜택, 규제 위험 회피 등의 이유로 수많은 기업이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혜택 사라진 홍콩 떠나기도 부담
하지만 미국이 제재가 시작되면 이런 혜택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다. 기업 입장에선 홍콩의 매력도 증발해 버리는 셈이다. 지난달 주홍콩 미국 상공회의소가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등 18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30%가 홍콩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다 미국은 홍콩의 1800여개 미국 기업에게 리쇼어링(본국 회귀)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미국의 홍콩 특별대우 박탈 조치로 인해 기업들은 홍콩을 떠날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홍콩 디지털뉴스 기능 일부를 서울로 이관하겠다고 밝혔지만, 홍콩 보안법 피해를 줄이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은 중국 투자의 관문인 홍콩을 버릴 경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중국시장 접근기회가 차단될 수 밖에 없어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했다고 당장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 금융시장은 중국을 투자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며 "중국이 홍콩 외 관문역할을 맡기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당장 반사이익을 받을 순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상황 변동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와 관련한 홍콩의 후속 조치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