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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의 왜곡여지, 선거로 단죄돼야…'정치적 표현 자유' 이재명 살렸다

다소의 왜곡여지, 선거로 단죄돼야…'정치적 표현 자유' 이재명 살렸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지사는 지사직 상실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이 공직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하고, 일부사실을 숨기거나 부정확하게 표현한 것을 '공표'로 볼수 없다며 형벌법규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 이 지사의 무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

16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의 직권남용과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검사사칭' '친형 강제입원' 사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이 지사가 2012년 4~8월에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을 정신보건법 입원 규정에 따라 강제입원시키도록 지시한 적이 있었는데도 당선을 위해 방송에서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의혹이다.

이 지사는 2018년 5월29일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가 '형님을 보건소장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죠'라고 묻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같은해 6월5일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정신병원에 (친형을) 입원시킨 건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해보자'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다"며 "제가 어머니를 설득해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고 못하게 막아 결국은 안 됐다"고 말했다.

재판에서는 김 후보의 공격적인 질문에 이 지사가 이를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숨긴 것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구체적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지사의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소극적 부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 이 지사의 다른 사건에서 변호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재판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중요한 선거운동인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발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토론회에서의 발언이 다소 왜곡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나 선거를 통해 단죄되어야지 법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하는 과정에서,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이고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이 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의혹에 대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허위사실을 알린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질문에 반론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하게 답변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김 후보의 질문에 직권남용이나 강제입원의 불법성을 확인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기때문에, 이 지사가 강제입원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다는 의미로 부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곧바로 허위라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법관 7인의 다수의견에 대해 5명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내며 팽팽히 맞섰다.

반대의견을 낸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토론회에서 김 후보의 질문은 즉흥적·돌발적인 것이 아니었고, 포괄적이지도 않았다"며 "그런데도 이 지사는 김 후보의 질문을 단순히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봐 ‘이 지사가 이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이 지사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