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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까지 與인사 되살린 대법…"진영판결" "굳이 이번에"

이재명까지 與인사 되살린 대법…"진영판결" "굳이 이번에"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이재명까지 與인사 되살린 대법…"진영판결" "굳이 이번에"
은수미 성남시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7.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재명까지 與인사 되살린 대법…"진영판결" "굳이 이번에"
김경수 경남지사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이장호 기자 = 은수미 성남시장에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여권인사들의 당선무효형 판결이 연달아 파기되면서, 이 지사 등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에서 대법원이 판례에 따라 문제 없이 법리를 적용했다는 의견과 여태까지 이어오던 실무관행을 굳이 유력 정치인사의 판결에서 엄격하게 적용해 면죄부를 주며 논란을 자초했다는 의견이 엇갈리며 판결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사는 2018년 5월29일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가 '형님을 보건소장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죠'라고 묻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같은해 6월5일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정신병원에 (친형을) 입원시킨 건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해보자'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다"며 "제가 어머니를 설득해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고 못하게 막아 결국은 안 됐다"고 말했다.

1심은 이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소극적 부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 시간 내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곧바로 허위라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항소심을 파기했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헌법적 마인드로 접근하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공직 후보의 발언을 일일이 처벌하면 정치인의 발언이 검열되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다. 정치인에 대한 단죄는 국민이 선거로 하고, 법원과 검찰은 최대한 관여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들도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이슈는 선거기간 내내 이슈가 되던 문제라 이 지사가 이에 대한 질문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즉흥적'이라 볼 수 없고, '그런 일 없다'고 말한 것을 소극적 회피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이 지사는 친형이슈에 대한 질문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설령 몰랐더라도 적어도 두 번째 토론회에서 질문이 나올 것을 알수 있었다"며 "그렇다면 적어도 6월 토론회에서는 답을 미리 준비해 부인을 한 것인데 대법원이 두 토론회를 같이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좁혀, 앞으로 해당 조항 적용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 현직 검사는 "선거 유세현장은 토론회보다 훨씬 더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일이 많이 일어난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앞으로 토론회는 물론 선거유세현장에서의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공표죄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적극적 진술이 아닌 소극적인 방어를 유죄로 볼 수 없다는 논리는 대체로 사인간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쓰이는 논리인데, 대법원이 이것을 공적인물의 정치적 발언에 무리하게 끌어다 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대법원이 이 지사에게 완전히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국민들이 뽑은 사람을 토론회 발언 하나로 당선무효시키는 것이 맞냐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 같다"며 "벌금형 100만원 이상이냐 아니냐로 당선무효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입법부에서 최종 정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관련해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하게 되면 유죄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당선무효형인 100만원 이상의 선고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 지사의 정치생명에는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앞서 은수미 성남시장도 대법원 판결로 시장직 상실위기를 벗어났다.

은 시장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성남지역 폭력조직인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가 대표로 있는 코마트레이드 측으로부터 90여차례에 걸쳐 차량과 운전노무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벌금 9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검사가 항소이유서에서 유죄부분을 명확하게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항소심에서 벌금액도 증액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취지에 따르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은 시장에게 1심에서 선고한 벌금 9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그냥 양형부당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은 법에 무지하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지만 검사는 법 전문가다.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례가 이미 있는데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검사의 항소이유를 지적한 것은 일리있다. 다만 대법원이 들고 있는 판례는 아주 최근에 난 것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태 이어오던 관행을 굳이 은 시장 사건에서 파기해서 보냈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의심을 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은 시장과 이 지사가 연달아 무죄취지 판결을 받으면서 진보성향의 대법관이 대거 임명된 대법원이 정치적 성향을 띤 판결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여권 유력인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판결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 등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김 지사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뒤 김 지사는 법정구속됐지만, 지난해 4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아 석방됐다.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에서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