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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성년 혼숙 방치한 무인텔 과징금 정당“

'성인여부 미확인' 무인텔 영업방식에 제동

대법 “미성년 혼숙 방치한 무인텔 과징금 정당“
[파이낸셜뉴스] 일반 모텔과 달리 무인정산기에 숙박료만 지불하면 출입이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무인모텔(무인텔)에 대해 미성년 혼숙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간 무인텔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람 없이 기계가 손님을 맞는다는 점 때문에 청소년들의 탈선 사각지대로 지목돼 왔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로 소수의 종업원을 배치, 혼숙 시 성인여부를 확인하는 방식 등으로 무인텔 영업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최근 J사가 “과징금 부과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J사는 경기도 용인에서 무인모텔을 운영했는데 2018년 12월 종업원인 A씨가 미성년자(만 14세)가 숙박하는 호실로 만 14세 여성과 만 18세 남성이 찾아와 5시간가량 혼숙을 하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J사의 사내이사이자 모텔 업주인 B씨가 A씨의 위반 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혐의(청소년보호법위반)로 경찰로부터 기소 의견을 통보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종업원 A씨가 "청소년들이 입실할 당시 잠깐 다른 일을 하느라 보지 못해 신분증 검사를 하지 못했고, 미성년자임을 용인하면서도 이성혼숙하게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업주 B씨에 대해서도 ”종업원의 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양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두 달 뒤 용인시는 J사가 공중위생관리법 11조 위반(위반내용: 청소년 이성혼숙)을 이유로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189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J사는 “공중위생관리법 11조 위반의 전제가 되는 청소년보호법 30조 8호 위반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과징금 처분은 처분사유가 없어 무효이거나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청소년보호법 해당 조항은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은 “J사가 운영하는 모텔에 청소년 남녀가 혼숙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그 자체로 공중위생관리법이 정하는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선 청소년보호법위반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종업원 A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처분 사유가 없다”며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숙박업소에서 남녀 청소년들이 혼숙한 이상 원고는 공중위생관리법이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했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또 ‘숙박업 운영자는 종사자를 배치하거나 설비 등을 갖춰 출입자 나이를 확인하고 청소년 남녀 혼숙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청소년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개정 청소년 보호법을 근거로 J사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2016년 개정된 청소년 보호법은 무인텔이 나이 확인 절차 없이 바로 출입이 가능한 구조로 청소년 혼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숙박업자에게 종사자 배치 등을 통해 출입자 나이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