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시민단체 극적 타협
팔모정 처럼 지붕과 기둥 살리고
이전없이 그 자리 고수해 보존
문화공원화 사업 추진 탄력 기대
보존이냐 이전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던 부산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 건물 존치 여부가 결국 팔각정을 살리는 타협안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해운대구와 지역 주민 대표, 시민단체는 격렬한 토론 끝에 마침내 옛 해운대역사 부지 문화공원화 사업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본지 6월 24일자 참조>
부산 해운대구 홍순헌 구청장이 20일 오전 해운대구청 중회의실에서 '해운대역사 문화공원 조성 관련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주민 대표 측에 해운대역사비대위 박승문 위원장·구남로를 사랑하는 모임 장영국 대표·해리단길발전협의회 윤제영 회장이 참석하고, 시민단체 측에선 옛해운대역사보존시민공원화추진연대(상임대표 이지후)가 참석했다.
지난 1차 토론에서 양측은 옛 해운대역사 부지(4631㎡)를 문화공원화하는 데 공감하면서도 팔각정 건물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주민 대표 측은 전체 건물 철거나 이전하는 쪽을, 시민단체 측은 원형훼손이 없는 건물 이전이나 보존을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이번 토론회는 그 연장선에서 팔각정 역사 건물에 대한 존치 여부 또는 이전의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짓기 위해 모였다.
양측은 이날 3시간 동안의 격론 끝에 팔각정의 지붕과 기둥을 살리고 그 자리를 고수해 보존하는 제3안에 합의했다. 이는 건물의 지붕이 여덟모가 지도록 지은 정자 '팔모정'처럼 지붕 아래 면(面)은 없애고 기둥만 살려, 옛 해운대 역사의 역사성과 상징성 그리고 개방감을 주기 위한 고육책이다. 팔각정 동·서편 부속건물에 대한 존치 여부 논의는 하지 못했다.
특히 지은 지 약 42년이 된 콘크리트 건물을 분해해 부지 어딘가로 이전해야 하는 안은 원형 훼손과 고비용 등 기술적·재정적 문제에 가로막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날 주민 대표 측은 옛 해운대역의 역사성은 무시한 채 지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지역의견 중시론을 고수했다. 그럴 때마다 시민단체 측도 맞받아쳤다. 토론 내내 양측은 고성이 오가면서 때론 상대 비방까지 내뱉으며 물리적 충돌도 불사했다.
그럴 때마다 홍 구청장은 중재에 나섰고 토론은 3시간 내내 살얼음 위를 걷는 듯했다. 결국 이날 양측은 제3타협안에 따라 팔각정 현 위치를 고수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다만 팔각정 동·서편 부속건물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갈등은 여전히 재점화될 여지가 커 보인다.
이날 이지후 상임대표는 "옛 해운대역사 건물 그 자체만 보지 말고 시대성과 상징성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광장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방향으로 보존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지역 주민의 편이다.
우리 시민이 서로 힘을 합쳐서 공원화를 이루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구청장은 "이 건축물을 놓고 벌써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논의하면서 때론 오해와 반목 과정도 있었다. 이런 숙의 과정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충분한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그리고 행정이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