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두 미국 총영사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24일 미국의 중국 영사관 폐쇄 요구에 똑같은 방법으로 대응하면서 청두 주재 총영사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철수를 통보한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역시 미중 수교가 있던 1979년 처음 개설됐고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몰려있는 등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청두 미 총영사관은 쓰촨, 윈난, 구이저우, 충칭, 시짱(티베트) 자치구 등 서남부 지역을 관할한다. 이 가운데 시짱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함께 인권 문제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영사관의 주요 업무는 자국민의 보호가 강하지만 ‘타국에서 정보 수집’도 포함된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청두 총영사관에서 자신들의 민감한 부분인 시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청두 미 총영사관은 중국 지도부의 내부 권력 투쟁의 흔적이 있는 외교 공관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시진핑 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가 벌어졌을 때 미중은 청두 미 총영사관에서 대치했다.
보시라이의 부하였던 왕리쥔 전 국장은 보시라이와의 다툼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청두 총영사관으로 뛰어 들어가 망명을 요청했었다.
휴스턴 중국 영사관과 규모가 비슷하기 때문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청두 미 영사관은 중국 남서부 지역의 영사 업무를 포괄하고 있고 직원 수도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과 비슷하다”며 “이곳을 선택한 것은 동등하고 호혜적인 대응책”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 중국이 ‘청두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두 미 영사관은 업무량과 관할 지역 규모가 비교적 작고 이 지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나 교민 수 역시 많지 않다. 따라서 아직 이견을 조율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청두 미 영사관 허가 철회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미국 측에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 줄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청두 미 영사관으로 결정이 나기 전 홍콩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익명의 안보 전문가를 인용,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직원 절반 이상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며 “오랫동안 외교 시설보다 반중국 캠프 역할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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