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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평창대관령음악제

루드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음악적 생애 마지막을 함께한 장르는 현악 4중주다. 모두 16곡을 남겼는데, 그중 후기 다섯곡은 최후 5년에 집중적으로 작업된 것들이다. 베토벤 스스로 자신의 최고작이라 자부했던 '장엄미사'를 1824년 4월에 끝냈고, 인류 불멸의 교향곡 '9번 합창' 초연이 그해 5월 있었다.

그 뒤로 '절대적 고독 속에 자리잡은 완전한 개인적 자아의 영역'(토마스 만 '파우스트 박사')으로 평가받는 만년의 걸작 현악 4중주들이 세상에 나온다. 베토벤 나이 50대 중반이었다. 귀는 완벽히 멀었고, 불같은 성격은 여전했다. 57년 생애 마지막 작품 '현악4중주 16번'을 시작한 건 1826년 7월이다. 그 무렵 그토록 집착해 키웠던 동생의 아들 카를은 권총자살을 시도한다. 그를 데리고 또 다른 동생 집에 머물면서 3개월이 지나 10월 완성했다.

전체 연주시간 25분. 4악장은 느리고 음산한 서주로 시작한다. 이 악장 위에 수수께끼 같은 말이 있다. 베토벤이 직접 쓴 글씨로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는 문구 옆에 적힌 글이다. '그래야만 할까(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음악은 비올라와 첼로의 무거움, 바이올린의 부드러움이 문답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22일 시작된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주제가 베토벤의 이 마지막 언어다.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장엄한 곡들이 내달 8일까지 강원도 곳곳에서 흘러넘친다. 예술감독을 맡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극복과 승리의 메시지가 지금보다 더 필요한 때는 없었다. 베토벤 음악으로 희망의 불씨를 삼겠다"고 했다.

주최 측이 성공적인 공연만큼이나 신경 쓰는 게 연주자와 관객의 안전이다. 드라이브 인 콘서트, 야외 뮤직텐트 등으로 공간을 다양화했다.
철저한 띄어 앉기를 적용해 관객은 예년 대비 3분의 1로 줄였다. 이 모든 것이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고 하는데, 세계에서도 유례없다. K클래식의 새로운 도전에 건투를 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