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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완전 폐지하면 '동학 개미'가 행복할까?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하면 '동학 개미'가 행복할까?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개미들의 '성난 민심'을 잠재우지 못했다. 국내 상장 주식 등에 양도소득세 기본공제액을 연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려주는 등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래세 폐지로 초단타매매 등이 성행해 시장교란 행위가 늘어날 것이라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7일 "거래세 존치는 해외 초단타매매(고빈도매매)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거래세 폐지를 강행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고빈도매매(HFT : High Frequency Trading)는 대량주문을 1주 단위로, 1000분의 1초까지 분할하여 끊임없이 매수와 매도 주문을 넣었다 빼는 초단타매매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일정한 가격이 되면 자동 매수·매도 주문을 내도록 조건을 설정해 전산에 의해 매매가 이뤄진다.

이들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단 1~2호가의 이익을 반복적으로 낸다. 미국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거액의 슈퍼컴퓨터와 초고속 네트워크 회선을 동원한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고빈도매매의 '무풍지대'로 통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거래세(0.25%) 때문이다.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거래세가 포함되는 호가까지 이익을 봐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은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가 미국 초대형 헤지펀드 그룹인 시타델의 위탁 증권사인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안을 확정하면서 고빈도매매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 시타델증권은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80조원 규모의 거래를 일으키면서 시장교란 행위에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시타델증권은 고가로 허수성 매수 주문을 내놓아 다른 투자자의 추격 매수세를 끌어들인 뒤 시세가 오르면 보유물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고 이미 제출한 허수성 호가를 취소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시타델증권은 이를 통해 2200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거래세가 완전 폐지되면 고빈도매매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거래세가 인하되면 고빈도매매가 늘어나는 것은 확실하다"며 "시장 교란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초단타매매 업체는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등록하는 등 관계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고빈도매매를 '악마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빈도매매는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거래세가 인하하는 만큼 다양한 방식의 고빈도매매가 늘어날 것이다. 결국은 정부 당국이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