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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목숨 걸고 탈북한 김씨는 왜 월북했을까

3년 전 목숨 걸고 탈북한 김씨는 왜 월북했을까
군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월북한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김모(24)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강화도 북쪽 지역 일대에 있는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탈북민 김모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의 발자국 모습. 2020.7.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3년 전 목숨 걸고 탈북한 김씨는 왜 월북했을까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김모씨(24)의 모습. © 뉴스1


3년 전 목숨 걸고 탈북한 김씨는 왜 월북했을까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직접 연설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김 위원장에 환호하는 북한 노병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북한으로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로 지목된 탈북민 김모씨(24)의 월북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3년 전 목숨을 걸고 탈북해 남한 땅을 밟은 그가 도대체 어떤 이유로 다시 월북을 결심하고 실행해 옮겼는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2017년 6월 탈북해 남한 생활 3년째를 맞던 김씨는 최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 월북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는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도 발부받은 상태였다.

군 당국과 경찰 등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을 종합하면, 김씨는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월북을 결심, 사전답사까지 하며 치밀하게 행동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김씨의 월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김씨, 남한서도 적응 못한 듯…환전 달러는 상납용"

김씨는 3년전인 2017년 6월 스티로폼과 밧줄로 구명대를 만들어 강화도 쪽 불빛을 향해 7시간 30분동안 헤엄을 쳐 탈북에 성공했다. 당시 탈북 이유에 대해 그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혔었다.

전문가들은 김씨가 남한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해 다시 월북한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김씨가 결국 한국사회에 적응을 못했고, 성폭행사건에 피의자로 지목되면서 심리적인 압박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범죄자로 낙인 찍히면 다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코로나19로 직장을 잃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김씨를 한계에 치닫게 해 월북을 결정짓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김씨가 월북 전에 약 500만원을 달러로 환전한 이유에 대해선 실무자들에게 상납을 위한 것이라고 봤다.

서유석 북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씨가 가지고 간 달러는 북한 군인들이나 실무진들에게 상납하기 위해 가지고 간 것"이라며 "김씨가 북한에 도착하면 몸 수색과 함께 취조 당할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준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월북한 김씨는 살아 남을까

전문가들은 북한으로 돌아간 김씨의 생사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생사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서 연구위원은 "김씨가 한국에서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달러도 가지고 가 북한이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코로나19에 걸렸다면 생사여부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북한의 코로나19 치유 능력을 꼽았다.

서 위원은 "김씨가 만약 코로나19에 걸렸다면, 그를 치료해 주는 것 보다, 격리해 체재 선전용으로 활용한 후 용도폐기 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코로나19에 대응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서 위원은 또 김씨가 남한에 머무는 동안 수집한 탈북민들에 대한 자료를 북한에 넘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서 위원은 "김씨가 만약 휴대폰을 가지고 북으로 갔다면 거기에 저장된 주소록에만 탈북자들의 정보가 차고 넘칠 것"이라며 "북한은 이 명단으로 탈북자들의 가족을 볼모로 삼아 남한내 탈북자들에게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거나 인질을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김씨가 단련대 등의 일정 교육을 받은 후 격리돼 생활하거나 북한체재 선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북한에 관리소는 국가안전보위부와 사회안전성 두 가지가 있는데, 김씨의 경우는 외국에서 잡혀온 탈북자들이 가는 단련대에서 교육을 받은 후 체재 선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정책적으로 재입북자를 위해 몇년전부터 재입북자에 대해 과거를 늬우치고 돌아오면 받아주겠다는 조치를 한 상황"이라며 "김씨가 북한에서 '남한에서 살기 어렵다', '남한은 사기 등 범죄가 많다', '북한이 살기좋다'라고 말하며 체재 선전을 위해 강의도 뛸 수 있다"고 말했다.

◇ 북한의 다음 수순은?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우리나라로부터 코로나19 의료지원을 받이 내기 위해 김씨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러시아, 중국에서 활동한 북한 주민이 들어오면서 북한에 코로나19가 확산됐을 것"이라며 "북한이 김씨를 구실삼아 남한에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돌리고, 의료지원까지 받아내 막혀있는 남북 대화를 풀기 위한 하나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한국에서 넘어온 김씨 때문에 개성까지 봉쇄했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할 것"이라며 "남한이 의료지원을 하게 될 경우 '남한이 사과의 뜻에서 의료지원을 하게 됐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하면서 실리를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경고도 있다"며 "김씨가 남한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걸려온 점 등을 홍보해 '남한에 가면 이런꼴 된다'라는 점을 강조해 탈북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28일 노동신문을 통해 '최대비상체제에 맞게 방역사업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대책 강구' 제목의 기사에서 "방역사업이 더욱 강도 높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월북한 탈북자가 귀향했다는 개성에 "파괴적이며 재앙적인 후과를 초래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 조성됐다"면서 "개성시의 완전봉쇄 및 구역별, 지역별 격폐와 격리, 검진사업이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