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프로야구에 통계를 접목시킨 야구계의 전설 빌리 빈이 스포츠 구단들을 인수하기 위한 펀드를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유명 투자자로 최근 프랑스 프로축구단 툴루즈 FC를 인수한 게리 카디널과 기업인수합병(M&A)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기로 했다.
그는 영화 '머니볼'에서 통계를 바탕으로 프로야구단의 성적을 크게 끌어올리는 당시로서는 매우 생소한 인물로 묘사됐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인공인 빈의 역할을 맡았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빈은 카디널과 함께 '레드볼 합병 코프'라는 특수목적법인(SPAC)을 설립하고 이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
SEC에 보고한 서류에 따르면 레드볼은 데이터를 활용해 인수 대상으로 삼은 구단의 경기성적과 재무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분석해 합병에 나선다. 유럽 축구구단들도 인수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들의 페이퍼컴퍼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공동 설립한 컨설팅 업체로부터 자문도 받고 있다.
이들은 레드볼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IPO)해 5억7500만달러를 확보할 계획이다.
SPAC는 기업 M&A를 위한 법인으로 기업의 영업, 실적 등은 없는 깡통기업이다. 대신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여 이 돈을 바탕으로 기업을 사들인다.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편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3월 주식시장이 붕괴되다시피 했지만 이후 급속히 회복하면서 올들어 SPAC 설립도 줄을 잇고 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들어 SPAC를 통한 자금모집 규모는 190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 140억달러를 훌쩍 넘겼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창업자인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시티그룹 출신 마이클 클라인, 페이스북 임원 출신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등이 최근 자신들의 SPAC를 출범시키 대표적 인물들이다.
빈은 현재 미 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부사장으로 그는 감독으로 있던 당시 통계를 기초로 이 팀을 일류팀으로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 외야수 출신이기도 한 빈은 컴퓨터를 이용한 야구 데이터 분석법인 세이버메트릭스 전략에 집중해 적은 돈으로 끌어들인 선수들로 성적을 극대화해 구단의 몸값을 올려 야구계의 전설이 됐다.
애슬레틱스 구단 가격은 빈이 감독을 맡은 첫 시즌이었던 1998년 1억1800만달러이던 것이 지금은 11억달러로 급등했다.
빈은 야구 외에 축구계와도 인연이 깊다.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AZ 알크마르에 자문하고 있고, 영국 2부리그 축구팀 반슬리 FC 소수지분도 갖고 있다.
빈과 함께 레드볼을 설립한 카디널은 골드만삭스에서 20년을 지낸 베테랑으로 조지 스타인브레너 뉴욕 양키스 구단주와 함께 2001년 양키스 방송망인 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예스 네트워크는 현재 뉴욕을 홈구장으로 하는 양대 프로야구팀인 양키스와 브루클린 넷츠의 홈 방송국으로 미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시청률이 높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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