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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더 이상 호구 아니다"…미 국방부, 독일 주둔 미군 1만2000명 감축

[파이낸셜뉴스] "우리는 더 이상 호구(suckers)가 되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이하 현지시간) 마크 애스퍼 국방장관이 독일 주둔 병력을 3만6000명에서 2만4000명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국방부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업신여기는데서 비롯됐으며 트럼프의 독일에 대한 반감이 위협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위비 협상을 위한 전략적 카드였지만 대통령의 반감이 결국 주둔군 감축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에스퍼 장관, 존 하이튼 공군참모총장이 브리핑에서 유럽내 미군 재배치 계획을 발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에스퍼 장관은 미군 약 1만2000명을 독일에서 이동하고, 독일에 있는 주요 유럽 사령부들을 벨기에로 재배치하며, F-16 전투기들은 이탈리아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재배치를 명령하면서 독일이 충분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면서 미군 감축은 독일을 제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재배치에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고, 이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는 이날 방위비가 핵심 배경임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교역과 군사문제 모두에서 25년간 이용당해왔다"면서 "우리가 독일을 보호하지만 그들은 청구서를 지불하지 않고있기 때문에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매우 간단하다. 그들이 연체하고 있고 그래서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다"라면서 "이제 그들이 다시 청구서들을 갚기 시작한다면...이를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계획에 따라 줄어드는 주독 미군 1만2000명 가운데 5400명은 다른 유럽 국가들로 재배치되고, 6400명은 미국으로 귀환하게 된다.

또 현재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미유럽사령부는 벨기에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령부 인근으로 옮기게 된다. 또 미 유럽 특수전사령부 역시 같은 장소로 이동한다.

공군 F-16 전투기들은 이탈리아 아비아노의 미 공군기지로 재배치된다.

또 현재 독일에 있는 미 아프리카사령부도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동 지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나폴리나 아니면 스페인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같은 전면적인 재배치에 얼마나 돈이 드는지 얼버무렸지만 미 행정부 관리는 비용이 대략 60억~80억달러 들고 수년에 걸쳐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감축 계획이 의회의 승인을 받을지도 미지수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어떻게 될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WSJ은 상원 군사위원장인 제임스 인호프(공화·오클라호마) 의원은 재배치 계획을 지지하고 있지만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이에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유럽에 영구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단 유일한 전투부대인 제2기병여단을 미국으로 귀환하게 되면 미국이 러시아의 도발을 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에 주둔 중인 스트라이커 여단과 2기병여단을 미국으로 귀환토록 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미유럽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예비역 중장은 "병력이 순환되면 주둔할 때와 달리 주변의 전략적 환경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면서 "물론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령관을 더 힘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의 유럽·나토 고위 담당자 출신인 제임스 타운센드는 국방부의 결정은 트럼프가 메르켈 독일 총리를 깔보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면서 "이는 전략으로 제안됐지만 실제로는 독일에 대한 트럼프의 반감이 그 동력"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내 트럼프 반대 세력인 밋 롬니(유타) 상원 의원은 주독 미군 감축 계획을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롬니 의원은 성명에서 "이는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공동의 결의를 다지는 대신 우방이자 동맹의 얼굴에 뺨을 날리는 것"이라며 "국내 정치용으로는 이같은 이동이 일시적으로 효과를 내겠지만 그 결과는 미국의 이익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