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00억원에 달하는 8개 분야에 대한 소비쿠폰을 발행해 내수진작을 위한 군불을 땔 계획이다. 역대 최저인 마이너스(-)3.3%라는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만큼 GDP의 약 49%를 차지하는 소비가 회복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 소비의 회복 모멘텀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7월 말부터 1800만명을 수혜대상으로 하는 8대 소비쿠폰 본격 집행과 이를 통한 약 1조원 수준의 소비촉진, 여름 성수기 하계휴가 시즌과 8월 17일 임시공휴일 계기 활용, 관광·스포츠·문화 소비 활성화, 생활방역 속 안전한 지역축제 등 소비진작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전날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4.2로 전월보다 2.4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앞서 CSI는 지난 3월 70.8을 기록해 2008년 12월(67.7)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CSI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란 것을 의미한다. 현재경기판단CSI는 49로 전월에 비해 5포인트 상승했지만 향후경기전망CSI는 70으로 그대로였다. 6개월 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은 그대로란 뜻이다. 정부가 내수부양책을 꺼낸 이유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급하는 8대 소비쿠폰은 농수산물, 관광, 숙박, 영화, 공연, 전시, 외식, 체육 등 분야에 대한 할인쿠폰이다. 선착순으로 온·오프라인 상품과 서비스 구매자에게 지급한다. 당장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부터 내달 12일까지 1차 농산물 소비쿠폰행사를 진행, 농협 등을 통해 소비자 1인당 최대 1만원 한도로 농축산물을 20% 싸게 판매한다. 해양수산부 역시 수산물 소비쿠폰 행사를 통해 한여름과 늦가을을 아우르는 제철 수산물을 최대 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와 함께 추가경정예산에 90억원이 편성된 박물관·미술관 등 전시 할인쿠폰은 오는 8월 박물관·미술관 주간에 맞춰 풀릴 전망이다. 온라인 박물관·미술관 관람 예약자 350만명이 2000~3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숙박 할인쿠폰(290억원)과 관광 할인쿠폰(97억원)도 9월부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 예약자 100만명이 3만~4만원 할인 혜택을 받는다. 관광 할인쿠폰으로는 공모에 선정된 우수관광상품을 예약하거나 선결제하는 15만명이 30%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아울러 지역소비 활력 제고를 위해 3차 추경을 통해 대폭 확대된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9조원→13조원)도 조기 유통하고 내년 발행규모를 더 확대하기로 했다. 월 50만원이던 인별 구매한도를 100만원 이내로 확대하고 특별판매를 통해 올해 잔여물량 6조5000억원을 차질없이 유통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지역사랑·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를 올해보다 2조원 많은 15조원 이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소비쿠폰'이 하반기 성장률 제고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상 정부 이전지출의 GDP에 대한 재정승수(GDP 증가분/정부 지출 증가분)는 0.16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가 1조원을 풀어 국민 손에 쥐여줄 경우 1600억원가량의 GDP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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