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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뉴딜펀드, 녹색성장펀드가 반면교사

정권 따라 오르락내리락
규제 풀면 투자는 저절로

정부와 여당이 뉴딜펀드를 띄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뉴딜펀드가 안착하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조속히 입안하겠다"며 "첫째는 세제 혜택, 둘째는 펀드의 안정성"이라고 말했다. 뉴딜펀드는 국채 수익률+α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수익금에 세제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는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뉴딜펀드 조성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뉴딜펀드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재원 일부를 조달하는 수단이다. 지난달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드는 종합계획을 내놨다. 이 중 국비가 114조원이다. 나머지 46조원 가운데 일부는 민간 몫이다. 뉴딜펀드는 디지털·그린 인프라에 주로 투자한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한국만큼 발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제3자의 눈에 한국판 뉴딜이나 뉴딜펀드는 꿈같은 일이다. 문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우리는 정부가 뉴딜펀드만큼은 신중히 추진하길 바란다. 속성상 관이 주도하는 펀드는 생명력이 짧은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권의 엄호를 받은 녹색성장펀드가 반면교사다. 집권 2년차인 2009년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듬해 녹색성장기본법도 시행됐다. 금융계도 녹색성장 붐에 편승했다. 2009년 4월에 녹색금융협의회가 만들어졌다. 협의회는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같은 금융사는 물론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같은 유관기관들을 총망라했다. 금융투자 업계를 중심으로 녹색성장펀드가 쏟아진 것도 바로 이때다.

그러나 녹색성장펀드는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년 녹색성장위는 총리 직속으로 격하됐다. 이어 관련 펀드는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녹색금융협의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뉴딜펀드가 녹색펀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관제 냄새부터 빼야 한다. 펀드의 개발, 판매, 운용은 전적으로 금융사 자율에 맡기고 당정은 조용히 후원만 하면 된다. 최상책은 뉴딜 정책을 가로막는 온갖 규제를 푸는 것이다. 규제가 풀려 돈 벌 기회가 생기면 기업은 뜯어말려도 투자한다.
또 펀드가 수지맞는다는 소문이 나면 굳이 세제 혜택을 안 줘도 투자자가 몰리게 돼 있다. 문 정부는 2년 뒤 임기 만료다. 뉴딜펀드가 2년 시한부 금융상품으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