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레바논 폭발참사, 수십년 걸친 부패·시스템 붕괴의 결과"

물류회사 간부 "12번 창고에 폭죽, 미사일, 마약 있다는 것 알고 있었다" 레바논 전문가 "모두가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한 사람도 조치 안 취해"

"레바논 폭발참사, 수십년 걸친 부패·시스템 붕괴의 결과"
[베이루트=AP/뉴시스]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두 장의 위성사진에 지난 7월 31일 당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모습(위)과 대규모 폭발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간) 초토화된 베이루트 항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0.08.06.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지난 4일 발생한 대폭발 참사는 뿌리깊은 부패와 시스템 붕괴의 '직접적인 결과'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레바논의 대형 물류회사 아드함 엘 카티브 앤드 선스의 간부인 사르니 엘 카티브는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폭발이 발생한) 12번 창고안에 (세관이 압류한)폭죽, 미사일, 캡타곤(중동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마약의 일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느낌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레바논 현지언론 알줌후리야, CNN 등 각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베이루트 항 12번 창고에 적재돼 있는 질산 암모늄의 위험성에 대해 수차례 경고가 제기됐으나 번번히 무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을 법원이 거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산 디아브 총리는 폭발참사와 관련된 책임자를 반드시 찾아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 수차례 제기됐던 경고가 무시됐던 데 대해 레바논 국민들은 정부관리들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베이루트 소재 싱크탱크 카네기 중동센터의 책임자인 마하 야히아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붕괴하고 있는 시스템의 재앙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리에서 (시민들의) 분명한 분노가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의 부패와 무능한 정치 리더십의 문제는 15년에 걸친 내전과 1990년 종전 이후 도입된 권력분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복잡한 종교적 정치적 분파들이 권력을 나눠가지면서, 능력 보다는 배경과 연줄이 우선시되는 국가가 된 것.

야히아는 "3000t에 가까운 질산 암모늄을 폭죽들과 함께 항구 창고에 적재해놓는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는가"라면서 "지난 4~5년간 (질산 암모늄 적재 창고를) 관리하던 모든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단 한 사람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제는 왜 그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이루트항 내에서도 부패가 만연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수입자업자는 FT에 "(항구에 가면) 메뉴가 있는데, (뇌물)가격이었다"며 "(통관을)빨리 하려면 500~1000달러를 내야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eri@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