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에서 9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레바논 정부가 이달 베이루트 폭발 이후 장관들의 줄사퇴와 시위대의 정부 청사 점령이 이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권교체가 불가피하다며 정부 내 막후 협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레바논의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장관은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현 정부가 "무기력하고 무익하다"고 말했다. 같은날 마날 압델 사마드 공보장관도 폭발과 관련해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사의를 표했다. 레바논은 현재 20명의 장관들 가운데 7명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 정부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날 128석의 레바논 의회에서도 4명의 의원들이 사직서를 냈으며 4일 베이루트 폭발 이후 사직한 의원은 8명으로 늘었다.
아울러 베이루트에서는 9일까지 이틀 연속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의회 주변에서 "사임 아니면 죽음"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퇴진을 주장했고 8일에 일시적으로 외무부 청사를 점거한 뒤 반정부 시위대의 본부로 삼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제·에너지부에 침입해 공문서들을 꺼내들고 정부의 부패를 고발했다. 시위 진압 도중에 경찰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레바논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등 15개국 정상들은 9일 화상 회의를 열고 폭발 이후 레바논 복구와 개혁을 위해 2억5270만유로(약 354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모인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지원금이 "레바논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되어야 한다"며 레바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상들은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금이 아닌 식량 등 각종 물품의 형태로 지원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AP는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가 10일에 내각 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베이루트에 위치한 씽크탱크 카네기 중동센터의 마하 야히아 소장은 이번 회의에서 내부와 외부 모두에게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새 정부 구성에 대한 밀실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부는 권력 누수상태다"라며 "장관들조차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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