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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급 물난리, 치산치수 소홀히 한 대가다

10일 현재 48일 넘게 이어진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수마가 전국 곳곳의 산야를 할퀴고 지나가면서다. 섬진강을 비롯한 하천이 범람하면서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된 수천명의 이재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벌써 사망자만 50명 넘게 나와 9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입은 데다 수해복구를 위해 4차 추경 편성이 거론될 정도로 경제적 손실도 역대급이다.

게릴라성 호우 등 이상기후는 당장엔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온실가스 증가로 초래한 지구온난화란 재앙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다. 다만 정부가 평소 치산치수를 소홀히 해 피해를 키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 올해는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유달리 컸다. 오죽하면 산림청이 지난 7일 5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전남 곡성 산사태 이후 전국 16개 시·도에 산사태 위기경보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했겠나.

이런 뒷북 대응은 상시 재난예방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이번에 산사태가 일어난 8곳이 태양광이 설치된 경사면이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산비탈에 세운 태양광 설비가 폭우에 따른 지반 약화를 견디지 못하고 토사에 휩쓸려 내려가면서다. 경기 가평과 충북 제천 등에서 입은 인적·물적 피해는 이 같은 태양광 난개발의 결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도그마에 갇혀 말로는 '그린 뉴딜'을 외치면서 실제론 이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볼 때다.

홍수 피해가 중부와 남부 지역의 4대강 본류가 아닌 곳에 집중된 사실도 주목된다.
물론 야당의 주장처럼 4대강 개발의 홍수 방지 효과가 입증됐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하상의 토사 퇴적이나 제방 훼손 등을 방치하는 바람에 소하천이 범람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가 4대 강 보 철거 논란의 불을 지피면서 손놓고 있던 주요 하천의 지천과 지류 정비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