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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규제만능주의에 빠진 문재인정부

시장 감독기구 설치 검토
기조 안바꾸면 소용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필요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잇단 부동산 대책을 주택·주거 정책의 종합판으로 평가하면서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의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이 공식으로 부동산 감독기구 구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기구가 어떤 모습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대통령이 운을 뗐으니 머잖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금융감독원을 본뜬 부동산감독원 또는 기존 국토부 내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 등을 예상한다. 올 2월 출범한 대응반은 국토부와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 관계기관이 망라됐다.

하지만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헛발질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장 혼란을 일으킨 주범은 다름아닌 정부다. 정부가 스물세번에 걸쳐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은 경기를 일으켰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까지 가세해 입법으로 대못을 박았다.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정책을 바로잡는 게 최상책이다. 감독기구 설치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민간요법 수준의 엉터리 약을 삼키라며 시장을 으르는 격이다. 금감원이 있어도 금융사고는 터진다. 대응반을 가동해도 집값은 오른다. 금감원·대응반보다 더 중요한 건 시장에서 스스로 작동하는 올바른 정책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부동산 시장을 보는 시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10일 "부동산 매매시장이 진정되고 연말까지 전월세 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당장 전월세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이 들으면 기함할 노릇이다. 김 원내대표의 예측은 2년 전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예측을 떠올리게 한다. 2018년 초 장 전 실장은 최저임금을 두자릿수 올린 효과가 그 해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예측은 민망할 정도로 빗나갔다. 최저임금 파동은 정책(인상률)을 바로잡은 뒤에야 가까스로 가라앉았다.

문재인정부는 규제만능주의에 빠졌다. 시장경제가 효율적으로 굴러가려면 시장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되 정부는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선후가 바뀌었다.
시장보다 정부가 더 크다. 그 결과는 정부실패다.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는 또 하나의 정부실패가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