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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스텐은 박정희 유산, 품격도 전통도 없다…버려야 과거청산"

황교익 "스텐은 박정희 유산, 품격도 전통도 없다…버려야 과거청산"
황교익씨는 한국관광 기념품 판매장에 '스텐 밥그릇'이 있을 만큼 국민 밥그릇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품격도 떨어지고 박정희 시대가 남긴 유산인만큼 이제는 '스텐 그릇'을 청산할 때가 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우리 밥상을 점령한 스테인리스스틸 그릇(스텐)이 우리음식 품격을 떨어뜨리고 맛까지 해치는데다 박정희 시대가 남긴 '웃고픈' 유물이기에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하순부터 보름 넘게 '스텐'그릇과 전쟁 중인 황씨는 12일에도 “박정희가 남긴 것 중에 모질기로는 스텐 공기(밥그릇)만한 게 없다"며 "지름 105㎜에 높이 60㎜인 (스텐 밥그릇이) 한국 밥그릇 '표준 규격'이 됐다"고 입맛을 다셨다.

황씨는 스텐이 국민 밥그릇으로 등극한 것은 "1960년대엔 쌀 자급률을 올리는 게 과제였고, 식당에서 먹는 밥의 양을 줄여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며 "(따라서 유기 밥그릇보다 작은) 스텐 밥그릇을 쓰지 않는 (식당의 경우) 1차 위반 1개월 영업정지, 2차 위반은 허가취소를 (내리곤 했다)"고 60,70년대 시대상이 낳은 산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쌀이 부족했으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세상은 바뀌어 쌀이 남아돌고 있는데다 볼품없고 밥맛마저 떨어뜨리는 이 밥그릇을 아직까지도 우리 밥상 위에 두고 있는 것이 아쉽다"며 "잘 가요, 박정희”라는 말로 이제는 '스텐'과의 이별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황씨는 "한국 전통그릇은 유기였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자신의 밥그릇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스텐은 녹이 슬지 않지만 차가운 색깔과 촉감 때문에 식기로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도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그릇의 노릇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재다"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스텐을 식탁용 그릇으로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대만에서는 우리 돈으로 2000원 남짓한 담자면(擔子麵· 담자면, 단자이미엔)이라는 '국민 국수'도 대부분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고 북한에선 냉면 그릇이 유기다"며 "(현재 평양) 옥류관, 청류관과 고려호텔도 유기를 쓴다"라는 사실을 들었다.

또 황씨는 '스텐'그릇이 판을 치는 바람에 '스텐' 그릇을 한국음식 문화로 잘못 이해한 "일본 가고시마의 한 음식점이 '한국 냉면'을 스텐그릇에 담아 파는 웃지못할 일까지 생겼다"며 이제는 보릿고개 시절도 지나갔으니 "'스텐' 그릇을 버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