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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댐 수위조절 실패로 제방 붕괴"… 주민들 ‘人災’ 주장

7일 9배 늘어난 초당 1869t 방류
주민들 "미리 안 비워둬 큰 피해"
수자원公 "폭우 쏟아져 불가항력"
3개 기관 제각각 관리로 화 자초

"섬진강댐 수위조절 실패로 제방 붕괴"… 주민들 ‘人災’ 주장
충남 금산, 충북 옥천·영동, 전북 무주 등 4개 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용담댐 방류로 인한 피해보상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기 위해 대전 한국수자원공사를 방문한 12일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면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남원=김도우 기자】 섬진강 댐 제방은 왜 붕괴 됐을까.

제방 붕괴로 피해가 심한 남원시, 순창 등 주민들은 이번 호우 피해는 수위조절 실패가 부른 인재라고 못 박았다.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 관리단은 위기 대응 차원의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특히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을 관리하는 기관이 세 기관으로 나눠져 있어 화를 자초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 7일로 돌아가보자.

"방류량 최대 9배 늘려 피해 키웠다"


기상청은 7일 새벽, 남원과 임실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당시 섬진강 댐 방류량은 초당 200톤, 7일 오후 호우경보로 강화됐지만, 방류량은 초당 400톤에 머물렀다.

하지만 수위가 급격하게 오르자 수자원공사는 8일 오전 초당 1400톤, 오후 4시에는 최대 방류량을 초과한 초당 1869톤까지 물을 쏟아냈다.

호우주의보가 발표된 이후에도 평상시 방류량을 유지했다가 갑자기 방류량을 최대 9배로 늘리면서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고 하류 지역은 물바다가 됐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는데도 미리 물그릇을 충분히 비워놓지 않아 하류 지역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댐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12일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 지사 관계자는 "사전 방류를 7월 27일부터 해서 2억 톤 이상의 물을 비웠다"며 "섬진강 유역 구름 형성, 강우 등을 예측해서 비우고 있는 중에 너무도 급박하게 쏟아져 어쩔 수 없는 상황 이었다"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이 당시부터 초당 최대 600톤 이내 조절해 방류했다"고 덧붙였다.

전북 남원시 금지면 일대 수해 주민들은 "이번 침수 피해는 지난 8일 오후 1시쯤 귀석리에서 발생한 제방 붕괴 사고 때문"이라며 "7일부터 집중된 호우로 강물이 대거 불어난 가운데 섬진강댐이 방류량을 늘려 강물이 더욱 불어나 피해가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댐관리 제각각… 홍수 예방 소홀


붕괴된 제방 지점은 전북 임실 섬진강댐 방류수와 장수 동화댐 물이 지리산 계곡물과 만나 남원 시내를 지나는 요천 합류지점 부근이어서 피해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제방이 무너지자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밀려든 강물은 일대 주택 70여 가구와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등 1000㏊를 집어삼켰다. 인접한 상신·용전·상귀·하도·귀석·장승·대성·입촌 등 8개 마을도 물바다로 변해 주민 3000여명이 몸만 빠져나왔다.

남원지역은 이곳을 포함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평균 447.3㎜의 폭우가 쏟아져 사유시설 1471건과 공공시설 109건 등 총 1,580건의 피해가 났다.

남원시 금지면 상귀마을 주민 장민규(49)는 "집중호우도 문제지만 섬진강댐에서 한꺼번에 방류한 많은 물이 중하류에 몰려 강물이 대거 불어나고 유속이 빨라져 제방 붕괴와 침수 피해가 확산됐다"며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스템인데도 하류로 방류한 것은 인재로 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섬진강 댐은 세 개 기관이 물을 나눠 관리하면서 홍수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 한국수자원공사가 생활용수를 관리한다. 이 기관들이 서로 방류와 담수를 놓고 판단이 달라 홍수 예방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섬진강댐은 섬진강 최상류인 전북 임실군에 1968년 건설한 콘크리트 중력식 댐으로 총 저수용량은 4억6,600만t이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