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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CMO 1위 굳힌 삼바, K바이오가 미래다

규제가 가로막지 않으면
기업은 스스로 살길 찾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세상에서 제일 큰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 공장을 짓는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1.5배 규모로 2022년 완공이 목표다. 총 투자비는 2조원이다. 새로 짓는 4공장(25만6000L)과 기존 1~3공장을 합하면 삼바의 총 생산량은 62만L에 이른다. 2위인 독일 베링거잉겔하임(30만L)을 저만치 밀어내는 숫자다.

삼바의 성장세는 놀랍다. 2011년 설립했으니 겨우 9년밖에 안 된 신생기업이다. 하지만 2016년 코스피에 상장한 지 4년 만에 시가총액(55조원) 3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액면가 2500원인 주가는 84만원을 오르내린다. 국내 증시에서 삼바보다 시총이 큰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하이닉스와는 큰 차이가 없어 여차하면 2위로 뛰어오를 태세다.

삼바는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CMO) 시장을 파고들었다. CMO는 다른 메이저 제약사가 만든 바이오 신약을 대신 생산하는 사업이다. 미생물을 다루는 바이오 의약품은 신약 개발 못지않게 생산이 중요하다. CMO 기업은 생산시설을 구축할 자금력은 물론 상당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얼마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 백신 생산에서 손을 잡은 것은 좋은 사례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 바이오 산업은 쑥쑥 자라고 있다. 삼바와 셀트리온 쌍두마차가 이끌던 K바이오 산업은 더 많은 기업의 가세로 한층 역량이 강화됐다. 지난달 초 SK바이오팜이 실시한 기업공개(IPO)는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코스닥 상위권은 씨젠을 비롯한 바이오 제약사들이 휩쓸고 있다. 세계 제약시장은 반도체보다 더 크다. 제약 중에서도 바이오의 성장세가 빠르다. CMO 분야만 봐도 올해 13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은 놔두면 살 길을 찾는다. 과감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과 협조는 없어도 그만이다. 솔직히 말하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도와준다는 핑계로 공연히 간섭할 수 있어서다. 21대 국회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제출돼 있다. 정부 입법과 별도로 의원들은 실적을 쌓으려 경쟁적으로 반기업 법안을 쏟아낸다. 시장 최일선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기업들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 CMO 1위 삼바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사법 리스크로 몇년째 시달리고 있다. 갈 길 바쁜 기업을 골탕 먹이는 일이다. 하루속히 결론을 내야 기업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