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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차오르는 집에 노인들 갇혀있다는데 살려야한다는 생각뿐"

"물 차오르는 집에 노인들 갇혀있다는데 살려야한다는 생각뿐"
폭우속에 마을 주민 23명을 구한 곡성군 금예마을 이장 김재덕씨(54)© 뉴스1


"물 차오르는 집에 노인들 갇혀있다는데 살려야한다는 생각뿐"
물에 잠긴 곡성읍 © 뉴스1

(곡성=뉴스1) 서순규 기자 =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 아무런 정신이 없었어요. 거동도 못하는 어르신들이 피난도 안가고 여기서 뼈를 묻겠다는데 일단 살리고 봐야죠."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해 전남 곡성읍이 물에 잠긴 지난 8일, 23명의 마을주민을 구한 곡성군 금예마을 이장 김재덕씨(54)가 전하는 당시의 상황이다.

지난 7일과 8일 집중호우에 섬진강댐이 방류를 시작하면서 곡성군은 유례없는 수해를 입었다. 곡성읍에서만 주택 200여 채와 수천㏊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곡성읍 대평2구(금예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섬진강 범람이 시작되자 우선 마을방송으로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할 것을 알린 후 본인의 차량으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대피소로 피신시켰다.

대피소로 이동이 마무리 될 때 쯤 마을 어르신 2명이 물이 차오르는 집에 아직 갇혀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친구 김희준씨(54)와 이미 침수된 마을로 들어가 다행히 노인들을 구했다.

하지만 퇴로가 전부 침수돼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회관으로 노인들과 함께 이동했다.

마을회관에서 곡성군 재해대책본부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아직 대피하지 못한 금예마을 주민과 인근 대평1구 주민 13명을 추가로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또한 아직 구조를 받지 못하고 고립돼 있는 대평1구 3가구 6명의 위치를 구조대에 알려 신속한 구조까지 이끌어냈다.


마을회관까지 물이 차오르고 주변이 온통 물에 잠기는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김씨는 침착하게 침수가 덜 된 도로변으로 주민들을 다시 피신시켰다.

이윽고 구조대가 도착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과 마을 주민들을 먼저 보트에 태워 보내고 자신은 젊은 주민들과 마지막 보트를 타고 현장을 빠져 나왔다.

군 관계자는 "사방에서 물이 차오르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23명을 구출해낸 김재덕 이장의 미담은 수해로 낙심한 곡성군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