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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딸 접종" "1상에 불과"… 백신개발, 미·소 우주경쟁 데자뷔 [코로나백신 글로벌 전쟁]

러시아, 세계 첫 코로나 백신 승인
美 겨냥 ‘스푸트니크V’ 이름 붙여
국제 사회는 효과·안전성 회의적
"3상 임상시험 안거쳐 부작용 우려"

"푸틴 딸 접종" "1상에 불과"… 백신개발, 미·소 우주경쟁 데자뷔 [코로나백신 글로벌 전쟁]
"푸틴 딸도 접종했다. 러시아 백신은 안전하다."(러시아 언론)

"러시아 백신은 1상 단계다. 더 시험해야 한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전쟁이 냉전시대 우주개발 경쟁처럼 연구 밖 경쟁이 뜨겁다.

러시아의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발표를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 서방국들은 러시아가 최소 수천명에서 최대 수만명을 상대로 몇개월 간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안정성도 증명되지 않았다며 러시아 코로나 백신을 세계 최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인류를 구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및 등록해 접종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러 "세계 최초" vs 美·EU "검증 안돼"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코로나 백신 명칭은 '스푸트니크V'다.

소련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 생명체를 보낸뒤 무사히 귀환시킨 우주발사체 스푸트니크 5호에서 이름을 땄다. 지난 1960년 8월 19일 발사된 스푸트니크 5호는 개 2마리, 쥐 40여마리 등을 싣고 우주로 쏘아올려진 뒤 무사히 귀환했다.

러시아는 이번에도 그때처럼 백신 분야에서 승리했다는 자부심을 백신명에 담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에서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며 조만간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은 러시아 백신과 그 효능에 일제히 의문을 표하고 나섰다. 서방에서는 보통 최소 수천명에서 최대 수만명을 대상으로 한 1~3차 임상시험 후에 백신의 공식 등록과 양산, 일반인 접종을 시작하는데 러시아는 임상3상 실험을 건너뛰었다.

러시아의 임상3상 실험 패스는 백신 접종 속도를 앞당기려는 계획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해외는 물론 러시아 내 일부 전문가들도 3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성급한 백신 접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요한 것은 백신 최초 개발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도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러시아의 코로나 백신에 대한 WHO 승인을 위해 엄격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서방과 WHO의 이 같은 입장을 비난하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로 러시아가 개발한 세계 최초 코로나 백신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중국 등 백신 3상 돌입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국들이 진흙탕 싸움을 하면서 전 세계 첫번째 코로나 백신 개발 현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은 150개 이상이다. 이 가운데 26개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미국 제약사와 중국 바이오기업은 지난달부터 3상 실험에 돌입한 상태다. 영국 등 유럽연합(EU) 회사들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러시아보다 백신 개발에서 앞선 나라도 많다.

백신 성공을 통해 코로나19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각국 정부의 열망이 지나쳐 부작용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각국이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연내에 승인할 경우에 이것이 현실화될 수 있다.

WHO는 "러시아의 코로나 백신은 1상 단계"라면서 "어떤 백신이든 다양한 임상시험과 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워싱턴대 바이오테크놀로지연구소의 마이클 킨치 박사는 "인류는 완벽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