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 상반기 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1·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흑자다. 국제 연료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전기가 덜 팔렸는데, 신재생 등 환경 관련 정책비용은 늘었다. 저유가발 영업흑자가 한전이 추진하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한전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28조1657억원, 영업이익 82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537억원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조7489억원 증가했다.
한전의 영업흑자는 저유가 영향이 컸다. 구체적으로 유가 등 연료가 하락으로 발전자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2조5637억원 감소했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한전 영업비용의 60% 정도로 실적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한전 이익과 직결된다. 유가가 하락하면 한전의 이익은 증가하는 구조다.
올 상반기 연료비는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가 하락으로 전년동기 대비 1조3846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도입 원가가 낮은 원전 이용률(2019년 상반기 79.3→2020년 상반기 77.6%)과 석탄발전량(96.7TWh→ 85.8TWh)이 줄면서 한전 이익도 그만큼 타격을 입었다.
원전 이용률은 올 상반기 77.6%로 전년동기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문재인정부 이전 원전 이용률이 85% 이상이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원전이용률이 소폭 하락(79.3→77.6%) 했으나 저유가로 인해 실적이 개선됐다. 이는 한전 실적이 원전이용률보다 국제 연료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기는 덜 팔렸다. 전력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9% 하락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생산 위축 등으로 산업용은 4.9%, 일반용은 1.8% 줄었다. 등교개학 연기로 교육용 전력판매량도 16.2%나 감소했다. 반면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등의 영향으로 주택용 전력판매량은 5.2% 증가했다.
전기가 덜 팔리면서 한전의 상반기 전기판매수익도 2221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환경개선을 위한 필수비용이 6611억원 늘었다. △신고리원전 4호기 등 신규 원전 준공, 송배전 선로 등 전력설비 증가와 원전 예방정비에 따른 상각·수선비(4666억원) △배출권 시장가격 상승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비용 및 세금 등 기타영업비용(1945억원)이다.
한전은 환율 안정과 저유가가 지속되면 하반기에도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재무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관심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다. 한전은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지금을 적기로 보고, 연료비(원가)와 연동하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연내 마련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경영리스크를 덜 수 있다.
하지만 탈원전 논란이 심화되고,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정부가 한전의 전기요금 개편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한전 관계자는 "신기술 확대, 일하는 방식 개선 등으로 전력 공급비용을 최소화하도록 경영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아울러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개편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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