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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차관, 취임 일성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난제 못 풀어"

임명 후 오늘 첫 출근…실국장 40여명과 상견례 "국제정치, 선택 강요 안해…실용적 관점서 출발" "실용적·실질적인 외교 '국민을 위한 외교' 요구" "전문가 권위 앞세우는 것 외교부에 보탬 안돼" "외부 소통 못지 않게 내부 공감도 대단히 중요"

최종건 외교차관, 취임 일성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난제 못 풀어"
[서울=뉴시스]청와대는 14일 신임 외교부 제1차관에 최종건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을 내정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08.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8일 "일도양단의 이분법적 세계관으로는 다양한 외교 과제를 풀어낼 수 없다"며 "국익을 제약하는 여러 난제를 풀어내는 작업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신임 차관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섬세하고 고차원적 전략이 필요한 시기에 국제 정치 현실은 우리에게 양극단의 선택을 강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경직된 방식으로는 국민을 위한 외교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도양단의 프레임에 의해 외교적 상상력과 혁신이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외교부 제1차관에 최종건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을 임명했다. 미·중·일·러 4강 외교는 물론 외교부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에 비(非) 외교관 출신이 임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차관은 이날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첫 출근을 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임식은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최 차관은 이날 오후 실·국장 40여명과 상견례를 진행했다.

최 차관은 "지난 3년간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누구보다도 외교부 프로정신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결정하고 추진하는데 있어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비롯한 외교부의 심층 보고서는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얼마나 많은 외교부 직원들이 치열하게 고민했을까를 생각하며, 대학에서 5년간 외무고시 지도를 맡았던 저로서도 숙연해지는 순간이 참 많았다"며 "공공외교, 평화체제와 비핵화, 한미동맹 등 주요 현안의 정책 방향을 기획하고 이행하는 데는 외교부 간부는 물론 실무 직원과의 수많은 토론이 필수적이었고, 또 매우 유익했다"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해외순방과 외교 이슈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느낀 외교부 직원들은 명석하고, 무엇보다 성실했으며, '어공(어쩌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늘 귀감이 됐다"며 "학교로 돌아가면 '대한민국 외교관은 도전할 만한 직업이다'라고 학생들에게 '강추(강력 추천)'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고 외교부의 사기를 북돋아줬다.
최종건 외교차관, 취임 일성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난제 못 풀어"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UN총회 참석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9.19. photo1006@newsis.com
최 차관은 외교부의 정책 방향으로는 "더 이상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대통령의 8.15 경축사처럼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국 땅에서 고난을 겪어도 구해줘야 한다는 국민의 믿음에 응답해야 한다. 외교부 역시 국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무한책임을 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차관은 "외교부가 추구하는 국익 자체가 민주주의 및 헌법적 가치 안에 존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과도 합치해야 한다"며 "코로나19와 같이 비전통 안보 이슈가 국민의 일상마저 위협하고 있는 시대에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외교, '국민을 위한 외교'를 요구 받고 있다. 국민의 자존감을 외교의 공간에서도 지켜내는 것 또한 우리 외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직원들을 향해선 국민들과의 소통은 물론 내부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라는 이름 아래 권위를 앞세우거나 벽을 쌓는 것은 외교부의 경쟁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전문 분야 간의 경계선을 허물고 다양성과 마주 앉아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경청해야 한다. 우리의 외교력은 이러한 선제적 소통 노력 위에서 진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최 차관은 이어 "외부 소통 못지 않게 우리 내부의 공감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사실 내부 공감이 부족한 정책은 초기 이행단계에서부터 동력을 얻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실·국장은 물론 실무과장과도 토론하고, 조직 혁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과장의 업무 환경을 점검해 실질적인 업무 집중도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심의관의 경험과 전문성이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선 부서원의 능력이 방치되고 있지는 않은 지 점검하겠다"며 "입신양명보다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직원,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챙기고 동료에게 봉사하는 직원이 발굴되고, 보상 받고, 대우 받는 인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차관은 "지금은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필요한 엄중한 시기"라며 "늘 상대가 있고, 국제 정치와 국내 정치가 상호작용하는 외교안보 현장에서는 '한사람의 열걸음'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사람의 한걸음'으로 뚜벅뚜벅 전진하는 외교정책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대한민국의 이익을 따박따박 지켜내는 외교부로 거듭나도록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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