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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시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19일, 서울 종로구 한 노래방이 입구를 테이프로 막은 채 영업 중지를 안내하고 있다./사진=이병훈 기자
"나라에서 (영업을 중지)시키는데 어쩌겠어요. 하지만 속에서는 쌍욕이 나와요."
19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번화가에 위치한 한 PC방에는 손님 3명만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영업 마감을 4시간여 앞둔 사장 윤모씨(42)는 착잡한 눈으로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별 수 없지만…속에선 천불"
고위험시설 영업중지 결정을 내린 첫날인 이날 오후, 종로의 번화가 거리는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한산한 모습을 연출했다. 번화가 중심부에 위치한 노래방과 클럽 등이 모두 문을 닫고 '영업중지' 팻말을 내걸었다. 테이프로 입구를 아예 막은 곳도 있었다.
유흥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는 건물은 아예 입구부터 불을 꺼 둬 해가 내리쬐는 대낮임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거리를 걷던 직장인 진모씨(36)는 "어제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노래방이 다시) 문을 닫은 것을 보니 코로나19가 심각하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0시를 기해 '수도권 방역 조치 강화' 추진계획을 적용했다. 여기에는 △클럽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실내 스탠딩 공연장 △노래연습장 △실내 집단운동시설(격렬한 GX류) △대형학원(300인 이상)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 △뷔페 △PC방 등 12개 고위험시설에 대한 집합금지조치도 포함됐다.
0시부터 영업을 멈춘 다른 고위험시설과 달리, PC방은 오후 6시부터 집합금지조치가 시행됐다. 이에 막바지까지 영업 중인 PC방도 있었다. 종로구 한 PC방은 '19일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는 종이를 붙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PC방 사장인 윤씨는 "밤 12시에 문을 닫으려다, 구청에서 연락이 다시 와서 오늘 6시까지만 영업할 계획"이라며 "이미 문을 닫은 줄 알고 있는지 평소보다도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고위험시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19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 PC방이 이날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른 고위험시설과 달리 PC방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사진=이병훈 기자
'고위험시설' 분류 기준에 불만도
직장인의 점심식사 시간에 붐비던 뷔페 식당도 문을 걸어잠갔다. 애슐리퀸즈 종각역점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지침에 따라 매장 운영이 일시 중단된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영업을 멈췄다.
짧은 시간에도 뷔페의 안내문을 주의깊게 읽는 시민들이 지나쳐갔다. 안내문을 읽던 대학생 최모씨(23)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진 이후부터 뷔페를 잘 가지는 않지만, 아예 영업이 중단된 것이 신기해 안내문을 읽어봤다"며 "상황이 심하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한 시민은 "오늘 점심에 이용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영업을 안 할 거라고 하더라"며 "(매장에) 전화했더니 오늘부터 잠정 중지라더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업주들은 정부의 '고위험시설' 분류 기준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자신을 PC방 업주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창업자 커뮤니티에 "PC방은 마주앉지도 않고 칸막이가 모든 자리에 설치돼 있다"며 "카페나 음식점은 마주보고 같이 음식을 먹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위험시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19일, 서울 종로구 한 뷔페가 영업을 중지한 채 텅 비어 있다./사진=이병훈 기자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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