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범죄단체 혹은 범죄집단을 구성해 불법적으로 중고차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 일당 20여명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범죄집단죄'를 인정했는데 '박사방' 조주빈 일당에 적용한 범죄집단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범죄단체조직과 범죄단체활동,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씨에게 징역 1년4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부대표 격인 유모씨에게 징역 1년을, 딜러로 활동한 구성원 중 2명에게 각각 징역 10월과 1년2월 등의 실형을 선고했다. 나머지 구성원 17명은 집행유예형, 1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은 인터넷 중고차량 매매사이트 등에 허위 또는 미끼 매물을 올리고 외부사무실로 찾아온 고객에게 해당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속인 뒤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판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표인 전씨의 주도 하에 허위 매물을 보고 전화를 한 고객이 사무실로 오게끔 유인하는 텔레마케터(TM), 사무실로 찾아 온 고객에게 허위 매물로 계약을 체결해놓고 차량에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량을 비싸게 파는 '딜러' 등으로 역할을 나눴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씨가 범죄단체를 조직하고 구성원들이 해당 단체에 가입해 범행을 저지르고 수익을 분배받았다고 판단,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 혐의를 적용했다. 전씨가 해당 범행으로 얻은 수익은 8800여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원심은 사기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은 이들이 역할이 분담되어 있기는 하지만,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개별적 팀으로 결정되었을 뿐 조직원들의 지위에 따른 지휘 또는 명령과 복종 체계가 갖춰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성실한 근무를 독려하는 차원을 넘어 구성원들의 행동을 구속하는 내부적인 규율에 이르지 않았고 가입과 탈퇴 역시 자유로웠다고 판단했다.
대표가 일방적인 지시나 지침을 내렸다기보다 경찰 단속 정보를 공유하며 몸을 사리자는 수준이고 구성원들이 불법적인 요소가 동원된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라는 인식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범죄집단의 개념을 추가 적용했다. 범죄집단은 다수의 결합이 반드시 계속적일 필요 없이 다수자가 동시에 동일 장소에 모이고 '최소한의 통솔체계'가 없더라도 일정한 체계 내지 구조를 갖고 있으면 성립된다.
2심은 '범죄집단죄'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이 외부사무실을 중심으로 일을 했더라도 합동범이나 공동정범을 넘어 조직을 구성하는 일정한 체계 내지 구조를 갖추지 못했기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씨가 조직한 외부사무실이 '범죄단체'에 해당하지 않으나, '범죄집단'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외부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 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형법 제114조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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