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단체 일본재단 주도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
세계적인 건축가 16명과 내년까지
총 17곳에 새 공공화장실 설치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 한복판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화장실'이 설치됐다.
이색 아이디어로 무장한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도쿄 시부야 요요기 지역에 설치된 투명 화장실. 일본재단 홈페이지
투명 화장실이 설치된 곳은 시부야구 내 요요기 후카마치 소공원과 하루노오카와 커뮤니티 공원 2곳이다.
화장실은 외벽이 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 변기와 세면대 등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하지만 일단 이용객이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면 투명했던 유리가 일순간 불투명 화장실로 즉각 변한다. 특수 필름 덕이다. 밤이 되면 내부 조명이 켜져 화장실 전체가 등불처럼 빛난다. 이 화장실 디자인은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2014년)인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가 맡았다. 해외 난민 수용소, 각종 이재민 대피 시설 건축으로 유명하다.
도쿄 시부야구에 설치된 투명 화장실. 이용객이 안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면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불투명하게 변한다. 사진/일본재단 홈페이지.
그는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공중화장실, 특히 공원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크게 두 가지가 우려된다"며 "첫째는 청결함이고, 둘째는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만 불투명해지는 외벽 덕분에 "사람들은 밖에서 화장실이 얼마나 깨끗한지, 다른 사용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화장실 내 성범죄 예방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는 한국에는 '극우단체'로 알려진 공익 재단법인 일본재단이 기획했다. 일본재단은 세계적인 건축가 16명과 손잡고, 시부야구에 내년까지 총 17개 공공화장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재단은 프로젝트 진행 이유에 대해 "화장실은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환대 문화'의 상징이나, 많은 공공 화장실이 어둡고 더럽고 무섭다는 이유로 이용자가 한정돼 있다"며 "성별, 나이, 장애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일본재단은 극동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지정된 사사카와 료이치가 조정 경주 도박사업으로 번 돈으로 세운 일본경정협회가 후에 이름을 바꾼 것이다. 아시아연구기금을 통해 학술, 연구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미국 싱크탱크 등의 일본 관련 연구에도 막강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 외에 화장실 개조 프로젝트와 같은 각종 공익사업도 진행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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